• Bhang, Youngmoon

다시 삶이라는 신비로


"Hey, man, be cool, chill out", 2017 (c) BHANG Youngmoon

그러나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것은 현대과학이든 신비주의든, 어떠한 문학이나 종교의 모든 결론은 실상이 아닌 모델이라는 것이다. 토마스 쿤 Thomas Kuhn 의 설명처럼 이것은 "자연을 인식이라는 상자 안에 구겨넣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어떠한 경지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것이 실상이다.


"Scientists have had hints for more than a century that brains are predicting organs, though we didn’t decipher those hints until recently."

- Barrett, Lisa Feldman.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p. 73). HMH Books. Kindle Edition.


<괴델, 에셔, 바흐>로도 잘 알려진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는 이후에 인간 사고의 본질로 '유추 analogy'를 내세운 아주 두꺼운 책을 펴냈다. 아주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에서는 인간과 파충류 뇌 구분의 무의미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뇌는 '예측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원리를 놓고 보자면,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이라는 것은 저장되는 정보가 아니라 실상 앞으로의 예측을 하고 있는 원리에서 일어난다. (이 부분은내게 가장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었다) 그러니까, 과거의 회상이라는 것은 조각나 있는 정보를 그때그때 새롭게 조합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인간의 뇌는 이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에도 별의별 걱정거리들을 일으켜 사람을 뒤흔든다. 인간의 꿈이나 데자부(déjà vu) 같은 현상은 기억의 재조합과 이러한 뇌의 기본기능에 충실한 활동 중에 나타나는 일종의 조율활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Dreams are messages from the deep."

...

"Dreams Make Good Stories,

But Everything Important Happens

When We're Awake"

- DUNE


오래 전부터 인간은 어떠한 의미를 대상에 부여하기를 원해왔다. 인간의 많은 생각은 '의미부여'와 관계가 있다. 꿈이 인간에게 의미를 주고 '이것이 다른 세계의 메시지', '심연으로부터의 진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된 약 4여년전부터 소위 '문화 속으로' 이것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실과 의미를 분리할 수 있는 추상화 abstraction 의 능력과 더불어 오늘날 인류문명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의 근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여기에서 매우 다양한 생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들이 내놓는 결론들이다. "약 4만 년 전, 사람의 육체가 죽은 뒤에도 사람의 영혼은 계속해서 산다는 생각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의 발전은 수천 년에 걸쳐, 뇌가 자기성찰적 ∙ 시간적 자아를 진화시키고 현생 호모사피엔스가 자신의 다가올 죽음을 점점 더 불안해하면서 일어났다. 이는 우리가 "죽는다"고 말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다"고 말하듯 죽음을 단지 의미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이 우리 존재의 끝이라는 사실을 근본적으로, 개념적으로 부인하는 일이었다."(E. Fuller Torrey)



심층생태학을 연구한 조애너 메이시는 "의식은 작용하면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에 선행하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의식의 대상이 되는 것을 조건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드러낸다.


20여년전, "단순 정위의 오류 fallacy of simple location"는 나의 생각의 방향을 아주 크게 바꿔놓은 계기였다. "단순 정위의 오류"가 던지는 문제는 바로 사실과 의미를 분리하는 추상화에서 비롯되어 인류의 문명과 더불어 누적된 수많은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추상관념에 불과한 것들에 매달려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몰입했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물론 그러한 행위의 어떠한 측면들이 우리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 또한 사실이나 그러한 긍정적 효과만을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것들로 이루어진 관념들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워졌다.


그렇게 내 작업의 거대한 요약문 summary 을 만들기 위해서 20년 넘게 끙끙대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에 이곳저곳에 열정을 바쳐보았지만 엉뚱한 곳에서 그 다음 갈 길을 찾고 요즘은 거의 가만히 앉아서 보낸다. 존재론적 진위여부나 논리적 당위성 여부는 신앙의 대상이나 의미없는 열정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실상 우리의 삶과 문제 그리고 의미에 별 도움을 주진 못한다. 세계적인 사진가 히로시 스기모토는 '의식의 발현'을 주제로 오랜 기간 그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나는 의식의 발현 문제가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문제를 통해 내 다음 작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천천히 굳혀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에 일어난다.

진정한 깨우침과 앎의 깊이란 가까이에 있어 손에 잡히는 것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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