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디지털 이미지 비트와 컬러 그리고 흑백사진 - 2 bits depth and 8 bits depth



디지털 이미지의 역사를 구체적인 사양변화의 추이와 함께 돌아보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현재 디지털과 정보의 시각화는 우리 생활 속 가장 가까이, 모든 곳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과거 어느 시대도 이처럼 복제가 용이한 시각화된 정보를 다룬 적이 없다.




8 bits JPEG Black and White Photo
2 bits monochrome based on CGA 4 color black and white

아날로그 - 불분명한 경계의 세상


사실 아날로그 analog 의 사전적 의미는 '유사한 것'이라는 뜻을 갖는다.

디지털의 경우 2의 제곱수로 계산되는 비트 bit 에 의해

정확히 그 범위와 밀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의 경우에는 그것이 '다소 불가능'한데,

그 까닭은 그것이 더욱 세밀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해상도의 문제


고해상도 디지털 스캐너나 드럼 스캔 작업 등을 통해 현상된 사진을 복원하거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겠지만 아날로그 사진의 해상력은 같은 이미지 센서 크기를 가진 디지털에 비한다면 한참이나 떨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아날로그의 느슨한 해상력(?)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선다. 오히려 그러한 '덜 날카로운 측면'이 아날로그의 매력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아날로그 사진 즉, 필름이나 건판의 경우 디지털이 가진 완전히 하얀 영역과 완전히 검은 영역으로 구분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은 인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의 경우에도 컬러프로필, 파일 압축 알고리즘, 그래픽 카드 등등 여러가지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날로그 인화에 비한다면 훨씬 통제가 용이하다는 사실 만큼은 명확하다.



더 분명한 경계


디지털의 경우 매체 전반의 한계성과 관련된 부분을 정확히 경계지워야 한다. 그것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사양이 되며, 디지털 세계는 철저하게 그 범위 이내에서 작동한다. 이미지 파일의 경우에도, 어떤 이미지 파일이 정확히 얼마만큼의 용량을 차지할 것인가는 예측이 어렵지만, 얼만큼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예측만큼은 매우 정확하게 가능한 것이 디지털이다.


아날로그 매체의 경우 조금 더 우연적인 요소들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것은 반대로 아날로그가 그것이 가진 수용성 capacity 에 비해 조작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정교하지 못하다는 의미도 된다. 이를테면, 포토샵의 경우 사진을 최대한 확대하면 사진의 픽셀을 아주 크게 볼 수 있다. 오늘날처럼 기본적으로 수 천 만 화소가 지원되는 사진을 다루는 경우에 픽셀을 일일이 건드리는 행동을 하는 작가는 (아마도) 없다. 아날로그 매체의 경우 비슷한 작업을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미경과 같은 도구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렇게 보이는 대상들은 픽셀과 같이 명확하게 분리되는 어떤 것이기 보다는 어떠한 불분명한 색채, 덩어리 같은 무엇이 보일 뿐이다.


위의 사진들에서 보면 CGA 4컬러 흑백으로 구현한 이미지에는 화면상 우측 상단에 나뭇가지들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라고 해도 사진인 경우 바로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백색의 표현에서도 그 폭이 매우 넓다. 반면 CGA 4컬러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경우 백색으로 인지되는 색은 컬러코드가 #000000 즉, 시스템 안에서 구현되는 완전한 백색이다. 따라서 포토샵과 같은 툴을 이용할 경우 주변을 샘플링하여 리터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백색 브러시를 이용해 지워버리면 된다. 디지털 리터칭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과정이다. 다만 리터칭에서 샘플링하는 범위와 내용이 훨씬 많을 뿐이다.


이렇듯 단순화한 이미지를 이용한 작업은 이것들의 본질 true nature 을 계속해서 들춰내어준다.



색 표현의 문제


위에 적어 둔 것처럼, 2의 8제곱의 3제곱은 16,777,216 (1천 6백 7십 7만 7천 216)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천 육 백 만 컬러'를 의미하는 말이다. 아티클을 처음 시작하면서 CGA 베이스의 4단계로만 밝기가 표현된 이미지와 16 bit 컬러프로필 상에서 작업된 흑백사진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얼핏, 두 사진은 큰 차이가 없어보기도 한다. 4개의 밝기로만 표현해도 상당히 정교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존 시스템 Zone System 의 10단계는 디지털과 같이 아주 명확하게 밝기의 경계가 갈라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아날로그는 경계가 불분명한 세계에 있다. 각 단계 사이에는 밝기가 걸쳐지는 모호한 범위가 분명히 존재한다. 디지털 집적기술과 분할기술이 더 발전하게 되면 이 부분 또한 거의 동일하게 구현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천육백만 컬러'는 24비트 색상을 의미한다. 이미지 파일의 밝기과 관련된 bit depth 가 24비트로 구현된다면 이미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밝기 차이를 넘어선지 오래일 것이다.



Zone 시스템과 Bit Depth


미국의 사진가 프레드 아처 Fred Archer 와 앤셀 아담스 Ansel Adams 가 도입한 존 시스템 Zone System 의 경우 10단계로 되어 있는 기준이다. 그리고, 비교적 최신 기종의 카메라 RAW 파일은 14 비트, 2의 14제곱의 단계로 밝기가 표현된다. 현재 디지털의 bit depth 기반 구현의 입장에서 본다면 프레드 아처와 앤셀 아담스가 도입한 이 존 시스템은 매우 조악한 시스템인 셈이다. 이미 일반화 되어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14비트 raw 파일의 밝기는 16,384 단계로 세분화 된다. 사람이 구현할 때 인지하기 좋은 분할이 10단계 정도 되는 것 뿐이다. 아날로그란 사람과 사물의 반응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그 힘을 갖는 것이다.


우리 자신 또한 환경의 변형이다.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구성원 중 수소 원자의 비율과 우리 몸의 구성 요소 중 수소 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재미있게도 꽤나 비슷하다. 유전자와 같은 '코드 code'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생물간 차이가 얼마나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한다. 그처럼 유전자 단계에서 생물을 보면 시각적으로 관찰되는 것, 그 양상과는 꽤나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종의 분류 등과 같은 카탈로그화 작업은 생물체의 분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지 자연이 그런 구조로 생물을 분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색 표현, 밝기, 선과 면의 문제 모두에서 아날로그는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의 경우에는 이것이 꽤나 분명하게 분리된다. 그러나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결국 그것은 점이다. 디지털 파일이 포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밀도에서의 '점 pixel'이다.



비트와 컬러


0과 1, on/off 같은 개념으로 막연하게 접하게 되었던 '비트 bit'라는 개념이 직접적인 숫자로 바뀔 때면 그것의 의미를 좀 더 다양하게 실감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사진의 시대를 맞아 색과 밝기의 구현에 있어서 이 비트를 이해하는 것은 때로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JPEG 파일은 8비트 컬러를 표현하는데, 64비트 운영체제 운운하는 시점에서 매우 단순하게 보일 수 있어도 RGB 즉, 3색에 대한 8비트라면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2의 8제곱의 3제곱은 16,777,216 (1천 6백 7십 7만 7천 216)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천 육 백 만 컬러'를 의미하는 말이다. 물리학 서적에 보면 2에 '수십승'하는 수치로 적혀있는 내용들이 있는데, 이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숫자인지 계산해서 펼쳐보면 금방 실감할 수 있다. 그러니 위에서 CGA 베이스의 4단계로만 밝기가 표현된 아래의 이미지와 위의 흑백 사진은 밝기 표현이 매우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CGA 2비트 4단계 흑백 사진 - 생각보다 정교하다


화면 상에서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면 얼핏 보아서는 CGA의 4단계 밝기는 콘트라스트가 강한 흑백사진으로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 나는 이런 작업들을 계속 해보면서 의도적으로 디지털 픽셀 패턴을 살려 디더링 처리를 해보고 있다. 허큘리스 그래픽 Hercules Graphics 처럼 단 두 가지 표현만 가능한 상태라면 상당히 기계적인 표현이 된다. 말 그대로 '비트 bit'의 세계다. 그러나 이 비트의 세계는 조금만 그 단계가 올라가면 모든 요소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RGB 구현 상에서 의미있는 구분이 가능한 흑백을 늘어놓을 경우 #000000 에서 #FFFFFF 단계까지 100단계 이상으로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의 디자이너들 중에는 필요에 따라 이런 차트를 기본으로 색 구현 작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따라서 10단계를 기준으로 하는 차트와 그 정밀도 면에서는 매우 크게 차이가 난다.


정교함이 훨씬 부족한 상태에서 아날로그가 가져다주는 설득력은 무엇일까?

화학인화 상에서의 존 시스템 구현이라면, 이를테면 3에서 4로 가는 사이의 경계면이 한쪽 방향으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금은 디지털 사진의 정밀도가 높아 얼마든지 시뮬레이션은 가능할 것이지만, 미분 방정식을 경험하듯 3과 4 사이에는 단순히 정밀한 분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의도되지 않는 무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의도되지 않은 무질서야말로 '자연적인 것'이다. 우리의 태생 자체가 바로 그러한 무질서한 무작위 상황에서 일어난다. 생명체가 갖는, 문명이 갖는, 구분 가능한 어떠한 존재로 자기 지속을 위해 취하게 되는 '어느 정도의 질서'는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것이 너무 명확하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재미있게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생각의 문제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우리가 지금 논하고 있는 '디지털 세계'를 더 본질적인 세상으로 본 것이다. 저 하늘의 달을 자세히 보면 달이 얼룩덜룩 하다는 사실은 망원경이 없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갈릴레오 Galileo Galilei 가 망원경을 이용해 자세히 보았던 달은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천체였다. 구 sphere 의 형태를 하고 있고, 정교한 원 운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더 정교한 수학적 도구들을 이용해 관측하고 계산해보면 완전한 구체도, 완전한 원형 궤도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오늘날 디지털 시뮬레이션, 가상현실과 같은 것들은 과거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세상의 원리에 더 가깝다. 디지털 상에서는 아주 순수하고 깨끗한 상태의 표현이 훨씬 쉽다. 그러나 그것들을 자연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불확실성들을 잔뜩 가미시키기 위해서는 의도적이고, 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수하고, 단순하고, 완벽하다는 것은 존재의 다른 양태일 뿐이다. 그것에 우위를 부여한 것은 순전히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디지털 -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따라서 우리가 접근해야 하는 것들은 이제 완전히 다른 것들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의 '독특한 고민들'은 알렉산드로스의 대규모 정복전쟁으로 인해 매우 일반적인 사고방식이 되었지만, 대륙의 반대쪽에서는 그런 생각이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20세기 초, 중국이나 인도의 사상들이 주목을 받았던 까닭은 그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한쪽으로 심취하면 '원조 할머니 뼈다귀 해장국' 같은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사실 누가 원조라는 사실을 주장한다는 것이 다소 어폐가 있는 것처럼, 중국이나 인도의 사상이 유럽의 사상보다 우위에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순전히 욕심과 감정의 문제다. 어떠한 것들이 어떠한 경우 어떠한 문제들에 더 적합할 수는 있겠으나, 어떠한 '우위'를 논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다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비교해보고, 그 구현 과정이 그리스 철학의 역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나와 같은 '어떠한 사람들'의 접근 방법이고 분석의 도구일 뿐이다.


디지털의 경우 이미지를 최대한 확대하면 결국 픽셀이다. 최대한 확대된 이미지는 '사각형 rectangle'의 색상만 덩그러니 남겨놓는다. 과거의 사양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꽤나 거대(?)했다.


1984년 애플 매킨토시 시스템 1 사양으로 구현한 이미지

애플 매킨토시 시스템 1 운영체제가 지원했던 해상도는 512 x 348 이었다. 당시 해상도가 가장 높았다고 볼 수 있는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가 구현했던 해상도는 720 x 348 이었다. CGA는 4컬러 모드를 지원했지만, 그 경우에는 320 x 200 밖에 가능하지 않았다.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화면 픽셀이 선명하게 보이는 상태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상황이 엄청난 속도로 개선되었다. 과거 우리가 DVD라고 해봐야 색 표현은 다양해졌지만 해상도 측면에서는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보다 조금 개선된 정도였다. VCD에 담긴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꽤나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았다. 그나마 VCD의 경우에는 1시간이 넘는 영화는 대개 2장 이상을 사용해야 했다. DVD는 이런 점에서는 편리하였으나 실질적으로 VHS 비디오 테이프보다 더 나은지 의문이 드는 정도였을 것이다. 25기가 기록이 가능한 블루레이 디스크 시점 이전에는 사실상 아날로그 매체가 디지털 매체보다 더 나은 부분이 많았다.


현재는 영상 압축기술과 더불어 매체의 저장공간, 그래픽 가속 기술 등의 발달로 블루레이 디스크를 따로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영상을 옮기는 경우라면 대개 플래시 드라이브나 SSD 혹은 하드디스크를 이용한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이미지를 보고 있다는 것은 아주 세밀하게 찍어둔 수 천 만 가지의 색을 가진 점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게슈탈트 gestalt'의 문제가 여기에서 꺼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 과거 저해상도 디지털 그래픽 시스템에서는 게슈탈트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점으로 찍여진 조악한 이미지들을 사람으로, 다른 동물로, 나무로, 꽃으로 또한 글자로 읽는 것은 컴퓨터 화면이 정교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두뇌가 그것을 나름대로 조정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디지털 매체가 아날로그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 어려웠던 시대


우리가 흔히 '그래픽은 맥으로~'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30년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설령 맥 기반이라고 해도 컴퓨터로 그래픽을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권까지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 등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시기를 80년대로 잡는다고 해도 컴퓨터로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은 머나먼 시대의 일이었던 셈이다. 저런 해상도에 저런 색 표현을 보고 있으면 당연히 필름과의 격차는 클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포맷이 커지면 건판이나 필름에서도 선예도는 엄청나게 올라간다.


EGA 그래픽 카드가 등장한 것은 1984년 10월의 일이다. 640x350 해상도에서 16컬러 구현이 이때 즈음 가능해진 셈이다. 그러니 1985년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진작가의 눈에 컴퓨터로 사진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 속도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빨랐다. 곧 VGA가 등장했고, SVGA로 이어지더니 HD가 나온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논하고 있는 것들은 8K 디스플레이다. 애플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에 '레티나'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한 것이 2010년의 일이고, 그것이 수십인치 디스플레이로 커진 상황이라고 본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과거 CRT 모니터 등으로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그러나 레티나, 4K, 8K로 해상도가 올라가며, 종이 위에 쓰여진 글자의 해상도보다 훨씬 나은 해상도로 폰트가 표현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니터 글씨를 보며 눈이 피로한 이유는 빛을 뿜어낸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매우 중요한 측면은 해상도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저해상도 초창기 컴퓨터 그래픽을 생각해보면 디지털 이미지의 실체를 생각하기 좋다


초창기 저해상도 컴퓨터 그래픽의 결과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뇌내 inside of the brain 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에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눈은 점 몇 개로 표현되고, 사람의 얼굴, 동물, 사물들이 몇 개의 점으로 구성되는 이미지에서 그것을 사람, 동물, 사물로 정의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능력에 근거한 것이며 대상을 보고 이미지를 재구성해내는 능력인 것이다. 막대기 몇 개에 생명을 불어넣어 상상력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이가 되어보는 것이다.


아날로그가 가진 것은 '설득력'이다. 우리는 14 bits depth, 2천 4백만 혹은 그의 4배 정도나 되는 이미지 센서로 구현되는 선명하고, 엄청나게 큰 다이내믹 레인지보다, 그보다 폭이 좁은 다이내믹 레인지라 할지라도 자극이 덜하고, 편안하게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 기록되는 정보를 선호하는 것이다. 때문에 디지털 사진에서도 그 사진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줄이고, 선예도를 낮추며 또한 노이즈를 첨가한다. 마틴 리스터 Martin Lister 는 그의 글에서 이러한 점들을 지적한다.


또한 "디지털 사진에 대한 거부감의 뿌리는 중심에 있는 인본주의적 주체를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문화적 공포”(Sarah Kember)라는 지적이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실은 결국 아날로그가 가진 유사성의 경우에는 현실과 구분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존재하지만, 디지털의 경우 오히려 그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일종의 '문화적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어적 의미에 집중해보자면,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이 아날로그라는 의미에 더 걸맞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의 역사를 구체적인 사양변화의 추이와 함께 돌아보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기도 하다.

현재 디지털과 정보의 시각화는 우리 생활 속 가장 가까이, 모든 곳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과거 어느 시대도 이처럼 복제가 용이한 시각화된 정보를 다룬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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