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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시솽반나에서 온 도록 The Exhibition Catalog from Xishuangbanna

기억에 2년 전, 중국에서 온 메일이 하나를 전달 받았다.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그 메일이 교정교열 확인을 위해 작가들에게 보내는 메일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덕분에 지금 내 이름에 반가울리 없는 첨자(添字) 하나가 계속 따라다닌다. 당시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은 것인지 언제, 어떻게 전달 된 것인지도 그리고 무엇 때문에 분주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는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를테면, 번역기를 이용해 맥락을 짚어보는 것 정도는 해볼 수 있었을텐데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 시기 즈음이면 인천문화재단 의뢰로 7편의 작품에 대한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잘 모르는 사람은 알파벳타이즈 된 나의 이름을 '방이영문' 혹은 '바한기영문'으로 읽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바한기영문'은 괜찮은데? ㅋ'라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데 한심한 것인지 마음이 넓은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시솽반나 국제사진페스티벌(Xishuangbanna FOTO Festival)에서 30점의 작품을 전시했던 것은 2021년 겨울이다. 이 포스트를 쓰고 관련된 작업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2021년 당시 시솽반나 페스티벌 국제 큐레이터, 2023년에는 심사위원이었던 류은규 작가님이 연말연시 중국 일정 중 가져다주신 도록을 받게 되어 지금은 흐릿해진 기억들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당시 작품 제목으로 사용한 <순야타 Suññatā>는 우리말 한자 공(空)으로 번역되는 빠알리어 원어 표기다. 즉, '순야타'를 한역하면 '공(空)'이다. 시솽반나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문화들이 선을 보이고,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다루어진다. 자평해 보기로는 이것이 아마 시솽반나 국제사진페스티벌에 실린 유일한 '한글표기'가 아닐까 한다. 2021년은 '위대한 강'이라는 부제가 붙었고 나는 물을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이래저래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이 <순야타>는 공연협업 작품으로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요즘 핫하다는 뮤직그룹 세움 SE:UM 새 음반 <물의 감각>의 기본이 되는 2022년 공연이다. 당시 빠알리어 니까야의 구절과 도덕경 8장의 문장을 같이 적어 포스터에 넣었다. 자세히 보면, 이번 음반 커버에도 그 문장이 있다.


물을 소재로 하는 작업은 흔히 있다. 생각하기 쉽도록 그러한 사례들과 비교를 해본다면, 내가 '물'을 소재로 작업할 때 가장 꺼리는 접근 하나는 '순환'이나 '상변이' 같은 이해다.

'공'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으뜸가기에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는 별명을 갖게되는 붓다의 제자 수보리(須菩提)를 수식할 때, 그가 '다툼 없이 거하는데 으뜸'이라 설명하는 말들이 뒤따른다. 2022년 <물의 감각>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을 때 나는 노자 <도덕경> 8장에 등장하는, 너무나 유명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인용했다. 중국 고대 '하'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자의 접근 방법은 물의 신비로운 상징표현이 아닌 매우 담백한 것들이다. 물의 움직임들을 보면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곳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자신의 요구 관철을 위해 다툼을 일삼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보기에 <순야타 Suññatā>를 모티프로 뮤직그룹 세움 SE:UM 이라는 음악팀이 <물의 감각>이라는 해석으로 나아갈 때 매우 중요한 접근 방법이라 여겨졌다. 그렇기에 '다툼이 없이 거하는데 으뜸인 해공제일(解空第一)'을 '상선약수(上善若水)'로 받은 것이다. 이렇게 나는 소위 '노자'의 관점이 격의불교를 낳았다는 일부 거친 주장들에 대한 반발도 함께 내놓게 된다.


그러한 생각들은 또 다시 2년 가까이 흐르며 내 안에서 다듬어지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2021년 '물'을 소재로 시작한 작업들을 바라보고 있고 그에 대한 다른 해석들을 사진 안에 담아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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