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아베스타 Avesta , 베다 Vedas 그리고 한반도의 가야 - 카르마와 문화의 연결성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고 생각되지만 정작 우리 사고방식, 아니 문화라고 부르면 더 와닿을 것 같은데, 우리의 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주 생소한 것들은 생각보다 자주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현재 이란 지역의 조로아스터교 경전 <아베스타 Avesta (/əˈvɛstə/)>이고, 다른 하나가 현재 인도 지역의 브라만교 경전 <베다 Vedas (वेद)>이다.


Karma कर्म

(Bhang, Youngmoon, 2019 Digital Pigment Print 16 x 24” (40.64 x 60.96 cm), Republic of Korea)


2019년 이화여대 ELIS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STC를 통해 발표하였던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 연작은 문명사회의 인공물(artifacts - 현재 일상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사물)들은 모두 사물성을 갖춘 개념이며 어떠한 논리가 개입하여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3D 프린팅을 이용한 피사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실과 가상, 개념성과 사물성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표현해 본 작업이다.


그 중 하나가 원인과 결과 cause and effect 라는 의미의 표현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업(業) 즉, 카르마(Karma कर्)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작품설명이나 블로그 등에도 계속해서 적어두고 있듯이, 원래 이 '카르마'라는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운행의 법칙 중 하나를 가리키는 말처럼 사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본래 이것은 베다 경전 등에서 등장하는 제식(ritual) 용어였다. 인도아리안들은 자신들의 제식이 우주를 운행하는 원리라 믿고 있었다. 우주운행의 참된 원리, 이것을 베다에서는 리타라고 했고, 이후 산스크리트어 시대가 되면 다르마라고 부르게 된다. 그들이 믿었던 것은 제식을 통해 우주의 삼라만상이 '일어난다'고 보았던 것인데, 이러한 제식을 야즈냐(Yajna, यज्ञ, yajñá)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야즈냐라는 제식 속에서 행하는 '행위'를 가리키던 말이 바로 카르마다. 즉, 우주의 삼라만상을 일으키는 제식 속에서의 행위라는 의미다. 이것은 일상 속 행동을 가리키는 말과는 좀 거리가 있다.



인도, 중동, 유럽과 한반도 문화의 연결


불교가 형성되는 시기는 베다의 형성으로부터 이미 거의 천 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른 상태였고, 다시 그것이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쳐 삼국시대였던 한반도에 들어온다. 우리말 속 일상 언어 중에 무심코 사용되는 표현 중 상당수가 불교의 번역을 위해 만든 단어들이며 때문에 그 어원을 거슬러가면 어이없을 정도로 산스크리트어가 많이 등장한다. 이 불경의 번역 작업은 장장 천 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며, 따라서 언어의 무수한 변천과정과 함께 계속해서 발달한 것이다. 이제 우리말 속 산스크리트어 어원을 갖는 표현들을 제거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전쟁은 유럽과 오늘날 중동, 중앙아시아까지 헬레니즘을 가득 뿌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발걸음은 인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멈춘다. 인도의 문화가 매우 생소하고, 독창적으로 보이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유럽과 중동은 이후 각각 기독교화, 이슬람화로 문화적 통일을 이룬 지역들이며, 숱하게 충돌하고, 그만큼 교류했다. 우리 문화 속 뿌리깊이 박혀있는 인도의 사고방식이 엄청나게 보편적으로 널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인도는 유럽 기독교나 중동 이슬람보다 훨씬 생소하고 거리감이 있다.


조금만 공부를 해 본 사람이면 이제는 알만한 것들이 있다. 이란과 인도의 오래된 관계다. 조로아스터교와 브라만교가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조로아스터의 제식을 부르던 말은 야스나(Yasna, 𐬫𐬀𐬯𐬥𐬀‎, ˈjʌsnə)이다. 힌두라는 말은 인도 사람들이 아닌 이란 사람들이 그들을 부르던 말이다. 아후라 마즈다가 인도에 가면 아수라가 되는 것처럼, 인도로 넘어간 인도아리안들이 '신더'라고 부르던 강은 이란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힌두'라 불리우는 강이었다. 인도-이란어와 인도-유럽어 화자들이 갈라진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유일신과 다신, 그리고 상대방의 신을 악신으로 규정하는 인도아리안들의 태도를 보면 어디선가 삐져도 단단히 삐진 것 같다.


이렇게 인도에서 발생한 문화는 캅카스와 메소포타미아, 중동 지역과 연결이 되고, 이 중동 지역의 헬레니즘화는 다시 인도에서 발생해 넘어오기 시작하는 불교에 '신상 statue'을 만들도록 부추겼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신상들과 함께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지는 불교는 우리 생활 속 수많은 사고관념을 형성하는 결정적 요소, 재료가 되어 있다.


캅카스 - 애게해 - 그리스 - 마케도니아가 연결되고,

마케도니아 - 중동 - 중앙아시아가 연결되고,

인도 - 중앙아시아의 연결에서 헬레니즘과의 융합이 나타나며,

이것이 우리 한반도까지 들어온다.


작업을 하면서 우리 '가야' 문화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이유다. 캅카스에서 시작한 인도-유럽조어 사용자들의 문화가 3천년 정도 흐르면 인도 동북부 마가다국의 언어로 불교를 만들어낸다. 인도-유럽조어 사용자들의 이렇게 넓은 움직임은 일찍부터 '말'을 길들여 사용했던 것에 그 원동력이 있다.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원환비는 히타이트, 스키타이, 인도아리안들의 문화와 연결이 가능하다. 한반도 최남단, 반도 한 가운데에 마치 쇄기처럼 박혀있던 나라에 오늘날 '러시아' 지역에 해당하는 문화가 들어가 있다는게 너무나 재미있지 않은가?


인간이 만드는 인공물은 개념 즉, 생각의 사물화다.

인공물의 본질은 언어인 셈이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사물에 정보를 주입하는 '문명', '문화' 속을 여행하다보면 인간이 가진 어마어마한 연결성이 눈에 들어온다. 자칫, 폐쇄적이 되기 쉽고, 빗장을 걸기 쉬운 판데믹 Pandemic 의 시기에 다시 한 번 눈을 돌려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교류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지 않을까?

BHANG Youngmoon Photography, Inche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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