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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과 아담이 받은 저주의 실체? - 온라인 전시 프로젝트 1번 On-line Exhibition Project No. 1, 다면체탐구 - '진짜달걀'

On-line Exhibition Project No. 1

온라인 전시 프로젝트 제 1번


사진연작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 - '진짜 달걀 a real egg'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 는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6개의 피사체와 '진짜 달걀' 1개를 피사체로 작업한 7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연작입니다: https://www.bhangyoungmoon.com/polyhedrons



코카서스 북부에서 인도유럽조어 Proto-Indo European Language 가 발달했다는 가설을 중심으로 베다와 헬레니즘 그리고 중동의 문화들을 통해 현실과 현실인식, 사물의 인과성과 실체 등을 고민하며 구성한 작품입니다.


2019년 7월 이화여자대학교 ELIS STC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라는 7점의 사진연작을 공개하였습니다. 3D 프린팅과 디지털 사진이라는 작업 과정이 프로그램과의 접점이었는데, 저는 인과성, 현실인식 등과 같은 것들에 대한 고민을 다루며, '인간과 현실'이라는 주제 또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작업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적인 작품을 하다보면 대중들과 멀어지기 쉽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코로나19 covid-19 판데믹과 같은 상황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소통하기 좋은 '장'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매번 새로운 언어를 고안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 예술작품이 어렵다기 보다는 생소하다는 흔한 표현을 떠올려봅니다. 말 그대로,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언어이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 뿐입니다.



게이트웨이 Gateway


작품에 대한 이해를 중심 개념까지 도달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도시나 건물을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평소 그런 생각을 자주 해보았습니다. 도시를 상상해봅니다. 그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경계에 있는 관문 gateway 을 통과해야 합니다. 건물이라면 주출입구 main gate 를 통과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아주 당연한 것들을 작품소개를 위한 방법에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게이트웨이란 일상의 언어들 혹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용하여 중심개념으로 들어가기 위한 초입개념을 만들고 사람들이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쉽게 경계를 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Photographer's Comments


많은 분들이 루돌프 불트만 Rudolf Karl Bultmann 이라는 신학자를 아실겁니다. 현대인들이 성경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고대의 신화적 표현들에 대한 거부가 있다고 보았던 독일의 신학자죠. 이분은 성경에 등장하는 신화적 표현들을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로 다시 쓰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신화는 매우 정교한 상징 언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그런 신화적 상징들을 없애버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이런 고민들은 결국 예술의 표현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사진이라는 분야도, 있는 그대로를 빼놓지 않고 하나하나 받아 적는 행위가 아니라 선택과 표현을 해야하는 분야입니다.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 변천사

2019년에 발표한 사진연작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현실'입니다. 우리 인간의 현실인식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 연작은 첫 번째 사진을 통해 현실을 정의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음의 4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험은 그것이 현실임을 증명한다.

1. 충분한 정보
2. 노이즈 혹은 불확실성
3. 초기 조건에 대한 이해 불가능성
4.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연작 중 3D 프린터를 이용하지 않은 유일한 피사체.
이어지는 3D 프린팅 된 사물들에 앞서 ‘현실’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연작의 가장 앞에 놓인다.

저는 처음에 모든 인공물은 개념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인공물은 물질에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명'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집단의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그 정보의 양도 많아지고, 정교해집니다. 오늘날에는 '디지털'이라는 이슈가 있고, 정보로부터 사물화를 하는 거리가 더 짧아집니다. 이를테면 3D 프린팅 같은 기술이 그렇습니다. 디지털 파일이 바로 사물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가상현실이라는 이슈도 뒤따릅니다. 그런데 여기에 오면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가상현실이나 현실이나 결국 전자 electron 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저변으로 들어가면 모든 현상은 미시세계의 운동으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물리적 저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활동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현실과 우리가 경험하는 이 '진짜 현실'에는 별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연활동의 불확실성이 충만한가 혹은 인공적으로 설계한 변수들로 이루어져있는가는 근본적인 차이가 될 수 있을까요? 우주 자체를 시뮬레이션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만큼, 결국 그것은 어찌보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약일까요?



생각의 패러다임 paradigm 이 경험되는 현실을 바꾼다

토마스 쿤 Thomas Kuhn 이 토마스 쿤이 패러다임 paradigm 이라는 용어를 21가지의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했다는 지적은 있습니다. 정상과학이나 패러다임 같은 강력한 개념을 제시하면서도 확신이 없는 부분도 동시에 존재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이것들 즉, 정상과학이나 패러다임과 같은 접근 방법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려준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생각의 틀을 깨기가 어렵고, 우리가 '믿기로 한 것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습니다.

에덴동산, 왜 사막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긴걸까?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 작품구상 이야기


창세기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은 기록에서 묘사하는 내용을 미루어 볼 때 그 위치가 현재의 쿠웨이트, 이라크와 같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고고학자 데이비드 롤 David Rohl 은 현재의 이란 지역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강과 페르시아만이 만나는 그 지점들, 저렇게 사막기후로 타들어가는 곳에 대체 왜 인류 최초의 낙원으로 묘사되는 에덴동산이 있던 것으로 그려졌을까요?


약 8,500년 전에는 메소포타미아 남부 충적토 지대는 나일강 삼각주와 다를 것 없이 범람하는 기름진 땅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범람'에 대해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농경과 정착은 '경관의 조성'을 수반합니다. 이것은 기후변화를 가속하기도 하는데 나일강 삼각주의 '범람'이라는 것은 바로 물이 이런 일을 해주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부 메소포타미아는 건조한 곳이 아니라 채집 생활이 가능했던 지역이었고, 최근 리모트센싱 같은 탐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토질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런 첨단 기술 이전에는 충적토 지대가 당시 지금보다 10미터 이상 낮았다는 점을 몰랐던거에요! 최근들어 수메르 고대 도시 우르는 해안도시였고, 그보다 더 오래된 우바이드 시대에는 현재의 쿠웨이트, 이라크 남동부 지역은 밀물 때 바닷속에 잠기던 지역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오래 전에 북아메리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대서양으로 차가운 담수가 유입되고, 지구 전체에 한랭기가 이어진 시기가 있다고 합니다. 8,500년 전에는 페르시아만 남부 충적토 지대 습지에 인류의 정착지가 형성되고, 이 시기가 수메르인들 이전에 이곳에 살았던 소위 프로토-유프라테스인들인 우바이드인들이 정착한 시기와 맞물립니다. 이 지역은 계획 농경이 아닌 야생 곡물 채집으로 식량을 충족할 수 있던 습지였고, 범람이라는 천혜의 환경을 통해 농경으로 발전하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 지역입니다.


인류의 가장 오랜 국가 문명들은 땅을 경작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범람 지역의 비옥한 토질을 이용해서

농경에 필요한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것입니다.

혁명이라니 ...


산업혁명 이전에도 기후는 변하고 있었습니다. 고대 '화전 火田'이라는 방식이 사용되면서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빙하기는 끝났고 해수면은 계속 변하고 있던 시기가 인류 문명의 여명기 즈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도 침전물이 들어와 쌓이고 있었고,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해안선은 오늘날 쿠웨이트 지역까지 밀려나갑니다.


기후 변화가 맞물리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줄기만 남고,

강에서 먼 지역들은 가시와 엉겅퀴만 자라나는 사막으로 변해갑니다.

아담이 받은 저주의 실체입니다.

에덴동산, 초기조건을 모르면 황당한 소리로 들린다


초기 조건을 정확히 모르니까 에덴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소위 과학문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 현대인들한테는 완전 황당하게 들리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오히려 현대인들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확신으로 가득찬 무지는 위험합니다. 당시 그 지역이 채집만으로 식량을 충족할 수 있던 지역이라는 점을 몰랐을 뿐입니다.



패러다임은 인간이 인지하는 현실을 바꾼다


인간에게는 '변화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이 유혹을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완전한 천상의 것은 변하지 않고, 불변하는 완벽한 세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패러다임' 때문에 천문관측 기록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중국은 다양한 천문관측 기록이 존재하는 시대에 유럽에는 유사한 기록이 없어요. 그건 하늘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은 하늘은 변화하지 않는 완벽한 세계이기 때문에 하늘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천문현상’이 아니라 '기상현상'이라고 치부해 버린 것입니다.


참조: #관측의_이론적재성 #Theory_ladenness_of_observation



인류의 지적 성취의 최첨단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진실은,

"존재의 문법이 아니라 되어감의 문법"이라는 것입니다.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완전한 것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우리의 실존적 한계 상황에 대한 고민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이것이 3D프린팅된 오브젝트들 가운데 첫 사진을 예외적으로 ‘진짜 달걀’로 정한 이유입니다.

이 역시 자연에서 온 조밀한 정보가 담긴 대상이며,

인간의 현실은 정보와 관계되어 있는데,

우리의 생각이 결국 세상을 보는 방법, 정보를 해석하는 방법을 결정합니다.


생각이 현실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연작 <다면체탐구 Exploring Polyhedron>의 첫 번째 작품


저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을 정의하는 요소를 4개의 항목으로 정리했습니다.


1. 충분한 양의 정보

2. 노이즈 - 모호함 혹은 불확실성

3. 초기 조건 이해 불가능성

4. 예측 불가능성


충분한 양의 정보란 가상 혹은 환상과의 경계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은 대개가 '현실'이라고 하면 가상과의 구분을 원합니다. "차이의 방법"(A.N. Whitehead)이라고 해야 할까요? 꿈이냐, 환상이냐 혹은 '가상현실'이냐를 묻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상 혹은 환상의 가장 큰 문제는 '충분한 양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추이에 따른 정보의 변화량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초기 조건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 한반도는 어디에 있는가?

  • 초속 30km로 이동하면서 시속 1667km로 회전하는 구체(sphere) 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위치가 특정되는가?


  • 우리의 태양도 움직인다.

  • 우리의 은하도 회전하고 있다.

  • 우리는 우주 어딘가에 있을 뿐 정확히 어디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한순간도 없다.

우리 모두가 여행자들이고, 한순간도 정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어디로 간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처음에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데 앞으로 어디로 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이러한 다양한 변화의 변수들을 계속해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과거의 교훈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지나간 과거를 이해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그러니 현재가 손에 잡힐리가 없고,

따라서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에덴동산 같은 이야기들. 막연히 종교코너로 몰아서 황당한 판타지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대 기록물들의 기록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만 ‘역사'나 ‘논증’ 같은 접근이 나오는 것인데, 저렇게 오래된 이야기가 기록물로 남을 정도면 당시 그 일대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알던 일종의 상식과 같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록과 전승 그리고 관리와 해석의 방법이 지금하고는 아주 달랐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간의 현실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각소여를 통해 수용한 사실에 대한 해석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에 그 순간의 현실조차도 미망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불교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기록이나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우리가 기록된 사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그 데이터의 불충분함이랄까, 특징이랄까 혹은 바라보는 패러다임에 따라 완전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면,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로부터 일어나는 감정, 민족주의, 국가주의 혹은 지역주의, 자부심은 어떤 사실에 근거하는 것일까요?


현실감각이 되려 그 근본이 확실한 디지털 정보보다도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을 진지하게 돌아본다면 오히려 매트릭스 안에서의 삶이 훨씬 진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릅니다.


바로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가 우리의 실존적 한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현실을 정의합니다.


제 사진연작 다면체탐구 첫번째 작품의 결론이 나온듯 합니다.


"삶은, 달걀이다."



A Real Egg

방영문 Bhang,Youngmoon 2019

Digital Figment Print 16 x 24” (40.64 x 60.96 cm), Republic of Korea.

BHANG Youngmoon Photography, Inche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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