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영화 매트릭스: 숟가락은 없다 - 숟가락이 없다고? #1


Spoon boy: Do not try and bend the spoon. That's impossible. Instead... only try to realize the truth.
Neo: What truth?
Spoon boy: There is no spoon.
Neo: There is no spoon?
Spoon boy: Then you'll see, that it is not the spoon that bends, it is only yourself.

이 대화는 선문답(禪問答)이 아니다.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꾸 말장난이나 환(幻, maya)에 빠지지 말고

매일 하루살이가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환희가 앎이다.

매트릭스의 결말은 이렇다 - 다시 매트릭스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

환에서 벗어나겠다는 몸부림이야 말로 가장 심각한 환이다.


이 장면을 보며 선문답(禪問答)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선(禪, #zen)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은 언어를 통한 이해를 파괴하는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나는 중국인들의 '언어에 대한 불신'이 선(禪, zen)을 만들어냈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따라서, 이 '선'을 탄생시킨 문화는 실체와 본질을 이분화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이 남는다, 나 자신이 남는다는 식의 접근과 발상은 정말 선문답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이다.



문화와 역사를 통해 보는 선(禪, #zen)의 탄생


인도-아리안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종교를 가지고 인도 아대륙에 들어오게 된다. 기원전 1,500년 경에는 인도 북부를 떠도는 유목 생활을 하다가, 기원전 1,100년 경에는 갠지스 평원에 정착해 농경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기원전 500년 경이 되면 고대 인도의 거대한 지적, 사회적 동요가 일어난다. 인도 각지에서는 새로운 생각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하나는 베다 전통에 근거한 우파니샤드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전통에서 벗어나 각기 진리를 추구하는 사문(Śramaṇa (Sanskrit: श्रमण; Pali: samaṇa) 沙門) 운동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계급주의적인 브라만들과는 달리 자유사상가들이었다. 사문들은 브라만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 대신에 대중의 언어인 프라크리트어를 사용했다. 초기 불교의 언어인 팔리어도 프라크리트어 즉, 속어(俗語)의 일종이다. 붓다가 태어나 활동했던 시기는 브라만 전통에 근거한 베다의 제식들이 수많은 의문을 만나는 시기다. 이 시기가 인류가 '철기문명'으로 진입해가는 시점이다. 매일 아침 브라만들의 제식이 해가 뜨게 만든다는 생각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앤드류 올레 Andrew Ollett프라크리트로 보기에는 불충분한 언어들로 이는 단순히 중기 인도-아리안어 The Middle Indo-Aryan languages 의 일종으로 보아야 하며 고대 인도에서는 실질적으로 프라크리트로 불리지 않았던 언어들의 목록을 제시하는데 여기에 팔리어와 불교식 혼종 산스크리트어가 포함된다. 국내에 불교 연구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돌고 있는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다.

  • 일부 독일 학자들에 의하면 프라크리트는 특별히 문학을 위한 언어였던 것으로 보여지며(대중들의 여흥을 위한 작품의 언어였다는 의미인듯), 프라크리트가 사용된 극작품과 문학작품의 사례를 제시한다.


따라서,

사문 운동에서는 불을 이용하는 베다의 전통적인 제식들은

진리, 간소화된 의식, 평안, 인내와 같은 도덕적 개념으로 재해석된다.


달마(போதிதர்மன், 菩提達摩)는 불교의 28대 조사로 보기도 하는데, 그는 남인도 칸치푸람(காஞ்சிபுரம், Kanchipuram) 출신이다. 칸치푸람은 드라비다어를 사용하는 지역이다. 지금도 가까운 첸나이 등 남인도 지역들은 드라비다어족인 타밀어를 사용한다.


그러니,

달마의 의식 구조 속에는 베다 전통의 산스크리트어, 대중들의 언어이며 불교의 언어인 팔리어 그리고 남인도 지역의 타밀어가 존재했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에서 구축되는 것이 선(禪, zen)의 출발이다.


용수(나가르주나)가 인용한 붓다의 가르침을 보자,


“공성(空性)은 모든 견해를 제거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성을 견해로 갖는 자는 구제받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는 곧, “숟가락이 없다를 견해로 갖는 자는 구제 받기 어렵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벽암록(碧巖錄)>의 공안도 달마와 양무제의 대화로 시작된다. 달마는 칸치푸람(காஞ்சிபுரம், Kanchipuram) 출신이다. 인도의 남부로 현재는 '첸나이 Chennai'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권역이라 볼 수 있는데, 이곳은 베딕 즉, 아리안들의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드라비다 계통의 언어인 타밀어를 사용하는 지역이다. 나는 이러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그가 중국에서 선불교의 조사로, 다양한 전설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선(禪, #zen)이 형성되는 배경과 그 과정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 베딕에서 형성된 고대 인도-아리안 문화에서 출발

  • 산스크리트어, 후기 베다의 완성

  • 사문(Śramaṇa (Sanskrit: श्रमण; Pali: samaṇa) 沙門) 운동의 발발

  • 프라크리트어의 사용 - 불교 프라크리트어인 팔리어로 전승됨

  • 인도 불교 28대 조사, 선불교 조사인 달마(போதிதர்மன், 菩提達摩)의 등장

  • 달마는 남인도 칸치푸람(காஞ்சிபுரம், Kanchipuram) 출신

  • 칸치푸람은 타밀어(드라비다어족) 지역

  • 선의 배경이 되는 언어들은 베딕, 고대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그리고 타밀어 등

  • 이러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에서 형성된 생각이 달마를 통해 중국으로 들어와 선불교를 형성


(관련 포스트: 달마(போதிதர்மன், 菩提達摩)는 왜 중국으로 왔을까?)


따라서 이것이 선문답이었다면, 그리고 네오가 선승이었다면 이렇게 흐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


  • 소년: 숟가락은 없어요.

  • 네오: 그래? 없어? 너 이 숟가락으로 맞으면 아파 안아파?

  • (숟가락을 들어 소년의 이마를 내리친다)

  • 소년: !!!!


언어가 가진 구조로 인하여 인도-유럽어 화자는 무언가 '본질'이 있고 나타난 세계는 '거짓' 혹은 '표면'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물론 이런 접근이 다양한 분야에 걸친 발전을 이끌어 낸 것이 사실이다. 유럽인들은 많은 갈등 속에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고, 인도인들은 내적 탐구를 통해 소위 말하는 '나를 찾는 여정'의 거대한 지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중간에 발을 헛딛는다면 신비주의와 현실부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연기(緣起, Pratītyasamutpāda प्रतीत्यसमुत्पाद, dependent arising)이기 때문에 공(空)하다는 사실은 세상을 거대한 환(幻, maya)으로 취급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으로 보아야 맞을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 '세상은 거대한 환상이다'라는 쪽으로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닫힌 결론은 항상 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거대한 유혹이다.



질문을 조금만 바꾸어 보자


우주가 시뮬레이션이라면 우리가 이 우주를 벗어나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가? 애초에 매트릭스는 전체 세계와 시대를 시뮬레이션 하지도 않는다. 인류가 스스로 가장 번성했다고 느끼는 - 이후에는 기계들에 의해 멸망했을테니 - 20세기 후반을 시뮬레이션 한다. 적당한 문명 수준과 적당한 혼돈 그리고 적당한 기쁨과 고통을 섞어 두었다. 애초에 낙원을 설계하니 인간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대화가 3부작 막바지에 오간다. 불교는 낙(樂, pleasure; enjoyment)을 고(苦, distress; sufferings)의 일종이라 말한다. 혼돈의 가운데에 있는 것이 곧 실존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문제들이 자꾸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4개의 문장으로 현실을 함축적으로 정의했다. 이 부분은 사진연작 <다면체 탐구 Exploring Polyhedron>에 정리되어 있다.


작년 이맘 때,

처음 작업을 시작한 사진연작 <다면체 탐구 Exploring Polyhedron>는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내며 그 기반이 되는 생각에 많은 수정이 있었다. 이러한 반복 수정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고, 이 작품은 현실과 현실인식에 관해 다루는 것을 그 주제로 하고 있다. 처음에 떠올렸던 '물질 한정적'인 생각은 상황과 현상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범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생각이 더 해지고 구상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몇 점의 사진을 더 추가해 연작으로 구상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


  1. EXPLORING POLYHEDRON

  2. [다면체탐구] 매트릭스(가상현실)와 현실은 다를 것이 없다

  3. [다면체탐구] What is 'Real'? - 현실이란 무엇인가?

BHANG Youngmoon Photography, Inche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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