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오브제 objet, 답답해지는 시선이 향하는 미학적 탈출구

사진가들이 오브제 objet 를 많이 다루게 된 경위에는 '재인식과 개념화'라는 사진의 매우 중요한 예술행위적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도시의 발전과 폐기물의 증가 또한 한몫했다. 도시의 발전과 더불어 우리는 우리의 거리감에 변화를 갖게 된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지평선과 탁 트인 시야를 매우 생소하게 느끼게 된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처럼 평지가 적고 도시화율이 매우 높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더 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인천은 바다 가까이 위치해 있어 서울과 다른 점 하나가 있다. 나는 인천으로 와서 살고 있는 것이 올해로 2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간 인천의 풍경에 익숙해짐을 느낄 때가 있는데, 하나는 일정이 있어 서울로 나갈 때면 평평한 동네가 많지 않다는 점이 이제는 매우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근 3개월 가량은 서울시장 예비선거 촬영과 관련해 자주 서울 용산 지역을 오갔다. 이태원, 한남동 등을 다닐 때면 경사진 동네의 골목과 차로가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인천은 높은 산이 없다. 강화도에는 마니산이 있고 그 외에는 계양산이 있는데, 계양산은 말 그대로 동네 뒷동산 정도 높이다. 우리나라 대도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인천은 평지가 굉장히 많은 도시다. 거기에 바다가 있어 맘만 먹으면 지평선을 보러 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서울에서는 일출은 그렇다 지더라도 일몰을 멋지게 보려면 지대가 높은 곳, 산 정상, 한강다리에 위치를 잡아야 하지만, 인천은 일몰을 그냥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길을 걷다보니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음을 목격했다. 사실 나는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이데올로기 ideology 나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이냐 보존이냐 같은 문제는 "그때그때 다르지 않겠느냐?"는 아주 느슨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내가 집중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부분이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상호작용 interaction 의 결과물이다. 일찌기 다윈 Charles Darwin 은 "심리학과 사회학은 생물학의 한 분과로 자리할 것"이라 예측했다. 인간의 고등한 사고 능력이 마치 초월적 세계와 연결된 작용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우리 무의식의 신화창조적 기술의 결과다. 즉,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내러티브, 각자의 이야기를 써가는 것인데, 그러다보면 자신에 대해 알 수 없는 수많은 영역을 공상으로 채워나가기 일쑤인 것이다. 사람들의 자기 변명이 심하지면 거창한 서사(敍事)를 써내려 간다는 점을 자세히 보자.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간의 반응이나 지능, 인지 등이 성립하고 영향을 받는 경우는 많다. 아니, 어쩌면 전부다. 인간의 사고와 언어의 고도화는 사회적 협력구조를 통한 집단 구성 그리고 이를통한 개체의 생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식과정을 통해 생산하지 않은 아이를 사랑하고 돌 볼 수 있는 능력과 동시에 자신의 생식과정을 통해 생산한 아이를 위협하고 학대하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확신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부분은 결국 인간이라는 생물이 지능의 고도화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적 측면이 아닐까 싶다.


즉, 인간은 순수한 영혼이나 맑은 정신이 있다는 사실과 관계를 밝힐 수 없는 '낭만적 상상에 기반한 서술' 방향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현실적인 요인을 변수로 상정할 때 훨씬 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


약 8km 가량의 거리를 걸으며 돌아본 풍경 중 상당수가 내 시선 높이에서 먼 곳을 볼 수 없게 막혀 있었다. 이것은 도시 계획에서 안전을 목적으로 설치된 구조물들이 그 이유였다. 독일 뒤셀도르프 Düsseldorf 사진가들 가운데에는 이러한 도시의 문제를 일찍부터 사진 표현으로 연결한 사람들이 있었다.


평평하고, 건조한 사진들은 점차 시선을 넓히고 중심이 없는 사진을 만들어 냈다. 진동선 교수는 지평선과 롱-테이크가 사라진 도시의 풍경을 예로들며,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준 과정을 그의 책 <한장의 사진미학> 속에서 짧게 다루고 있다.


멀리 뚫린 도로와 그 도로의 소음과 안전 문제로 쌓인 높은 벽과 구조물로 막히는 시선.

왠지 도시의 존재론적 모순 ontological paradox 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요소가 아닐까 싶었다.


낡아가는 사물의 기괴함, 버려지는 것들에서 발견하는 미학적 가치, 그러한 개념적 재해석, 재인식의 과정은 어쩌면 답답해지는 환경 속에서 예술가들이 찾아가는, 아름다움의 발견과 재해석을 통해 넓은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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