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ELIS 사진 작업이 끝났다. 물론 일부 스태프 사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SELP 사진 작업을 완전히 끝낸 후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잠시 미뤄둔다.
ELIS = Ewha - Luce International Seminar
HOST
Ewha Woman's University
Henry Luce Foundation
ORGANIZER
이화 리더십 개발원
한동안 매일 아침 이 풍경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우리 동네인 줄 착각할 정도가 되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한참을 걸어도 이 풍경이 나오지 않음을 문득 알게 되면, '아, 끝났지...' 싶은 느낌이 문득 들기도 한다. 왠일인지 이 풍경은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에든버러 대학교의 경우 캠퍼스 개념이 약하고 도시 전체에 대학 건물들이 퍼져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학자들은 물론, 역사적인 작가들을 수없이 배출하고도 그럴 듯한 대학 풍경 사진이 없다. 데이비드 흄, 찰스 다윈, 코난 도일은 물론 18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3명의 영국 수상을 배출한 대학이 학교 사진이라 하면 그냥 동네에서 찍은 사진들이 전부인 셈이다.
대학 university 기원이나 어원에 충실한 에든버러 대학의 방식이나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 대학들의 방식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이화여자대학교의 ECC 건물은 이제 거의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 같다. 보기에도 학교 측에서 관리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웍플로우 Workflow 이야기
3주 동안 매일 하루 대부분 사진 촬영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정을 위해서 캠퍼스에 계속 머물게 된다. 경험에 비춰볼 때, 3주 정도 사진 촬영을 하게 되면 소스 용량이 1TB를 넘기게 된다. 이번에도 사진 소스는 1.2 TB 가 나왔다. 현장에 모든 스토리지를 들고 갈 수는 없다. 때문에 포터블 스토리지를 사용하게 되는데, 보통은 일정간 1TB SSD 하나를 들고다니는게 전부이지만, 이번처럼 많은 소스가 나올 경우에는 조금 더 투입된다.
사진 작업도 스토리지 RW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느릴 경우에 사진 선택은 물론 후보정 작업 등 소위 '포스트 웍'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동일 스토리지 내에서 파일을 액세스하고 옮기는 속도는 SSD를 따라갈 수 없지만, 연결 방식은 여전히 속도에 대해 벽으로 작용한다.
관련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어서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는데, 많은 파일에 동시에 액세스 해야하는 작업이나, 파일은 한 번에 여러 개 옮겨야 하는 경우(1만개 정도 파일이 2, 3천개로 나뉜 폴더들을 한 번에 이동시키는 경우를 말함) USB로 연결된 스토리지들은 썬더볼트 ThunderBolt 에 비해 비실비실함을 보여준다. 장기 전으로 갈수록 썬더볼트는 그 진가를 발휘할 때가 많다.
썬더볼트로 연결하는 4TB G-Tech 하드드라이브를 라이브러리 베이스로 사용하고 있는데, 가끔은 작업 소스를 담아두기도 한다. 이 라이브러리 베이스에는 사진 외의 작업들이 포함된다. 필요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다양한 플러그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휴대용 SSD에는 미디어아트 작업 등을 위한 로직 Pro X 의 사운드 라이브러리가 들어 있어 1TB를 고스란히 쓰지 못한다. 여기에 라이트룸 라이브러리를 추가하게 되는데, 1.2TB 정도 사진 소스가 나오면 라이브러리 파일도 30GB 정도가 된다. 때문에 여유있는 세팅을 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클라이막스를 향해가는 일정 간 소심함을 드러내게 된다.
3주간 일정에 대한 모든 사진 작업이 마무리 되고 나면 최종 작업으로 포터블에서 큰 스토리지로 옮긴다. 완성된 사진은 이화여대 리더십 개발원의 공유 공간으로 들어간다. 사람들마다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나는 클라이언트가 합당한 비용을 지불했을 경우 사용권은 전적으로 클라이언트에 있다고 보는 편이라 이렇게 작업된 사진들을 별도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이유도 모든 작업이 완료되어 사진 파일을 썬더볼트로 연결된 별도의 스토리지로 옮겼기 때문이다. 물론 조만간 이 사진을 들고 다시 미팅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조금 무겁기는 해도 이동이 가능한 단일 스토리지에 파일을 보관한다. 라이브러리 파일과 소스가 한 곳에 있기 때문에 혹여 추가 작업에 대한 요청과 관련 미팅이 생길 경우 이 하드디스크만 조심스럽게 현장으로 가져가면 해결된다.
물론 세 가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많은 컴퓨터가 썬더볼트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지금 사용 중인 G-Technology 의 하드드라이브의 경우 USB 3.0 연결도 가능한 하드웨어인데 문제는 하드디스크 포맷과 관련된 문제다. 나는 맥 mac 사용자이고, 당연히 모든 스토리지는 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포맷되어 있다. 많은 경우 클라이언트는 맥이 아닌 윈도우 사용자이다.
또한 사진을 항상 RAW 파일로 촬영한다. ELIS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현장은 사진을 촬영하기에는 상당히 어둡다. 야외가 아닌 이상 사람들이 생활하기 편안한 조도로 되어 있다. 플래시를 사용할 수 없는 현장도 생각보다 많고, 때문에 조리개를 여는 것 외에도 사진 파일을 RAW 파일로 받아 후보정에서 노출을 조정하는 방법을 택한다. 8비트인 JPEG은 256 단계의 밝기로 움직이지만 14비트인 RAW 파일은 16384 단계의 밝기로 조정이 가능하다. 맥 OS의 경우 RAW 파일을 기본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윈도우즈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STL 파일과 같은 3D 파일도 읽을 수 있다고 하니 RAW 파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직접 사용한 적이 별로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작업이 마무리 된 이후에도, 스토리지 연결문제, 디스크 포맷 관련 호환성 문제, RAW 파일과 같은 파일 포맷과 관련된 문제 등이 남아 있으니 어떻게 관리하고 대비해야 할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기록 사진을 위한 노트 my notes for documentary photography
기록 사진 Documentary Photography 작업이라면 당연히 '기록'이라는 측면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날짜와 이슈별로 분류하는데, 가능한한 현장 일정 순서에 맞춘다. 아주 가끔씩 현장 상황에 따라 일정이 꼬이거나 밀리는 경우가 생긴다. 밀리는 경우는 휴식시간을 다소 잃게 되어도 순서에 따르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지만, '꼬인다'는 것은 중간에 소위 말하는 인터럽트 interrupt 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터럽트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기억에 착오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1) 기억을 강화할 수단이 없다면 반드시 관련 내용을 글자로 기록한다
예를들어, 2017년 3월에 내가 출간한 기록사진집 마지막 부분을 보면, 수록된 모든 사진의 일자와 이슈가 목록으로 기록되어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수 십 만장의 사진을 상당히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주제가 간결하기 때문이고, 각각의 사건이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테면, 어느 날 5개의 이슈가 있고, 그것을 기록하는 상황이면, 1번은 순천, 2번은 서울, 3번은 수원, 4번은 김포, 5번은 인천 같은 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모든 상황에 대한 기억이 가능하다. 하루에 1,000 km 이상을 움직이며 도시와 지방이 바뀌는데 기억을 못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하다.
그렇다면 다시 ELIS 현장으로 돌아와보면 이렇다.
이 경우 상당히 많은 일정이 소위 '훈련실 training room'이라 명명된 하나의 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난점이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기록 작업과 비교해보면 더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이다.
우선 ELIS 현장에서도 장소가 다른 일정들은 비교적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ECC는 상당히 큰 건물이다. 이 안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다.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일반 강의실과 사무실은 물론, 공공에 개방되어 있는 편의시설 공간, 삼성홀, 영화관, ECC 극장, 이삼봉 홀 등 수많은 공간들이 있다. 트레이닝 룸 외에서의 일정들은 대부분 순서와 주제에 맞게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VIP와 연사 등 주요 인물을, 심지어는 사람들이 앉은 자리도 상당히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트레이닝 룸에서의 일정은 그렇지 못하다. 기억을 위한 별도의 태그나 브랜치를 다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역시 메모를 하는 것이다. 일정을 시작하게 되면 일정표와 큐시트를 받게 된다. 여기에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필요한 정보가 확보되면 불필요한 정보는 폐기하는 방법이 있다.
(2) 더 나은 작업을 위해 불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배제한다
예를들어, 직접 운전하는 차량으로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간다고 가정해보자.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부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우리를 굽어보시는 네비게이션의 도움이 없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이렇게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 중요한 것은 톨게이트, 인터체인지, 램프, 도로 번호와 이름이다. 교통량은 라디오와 경험에 의존해야 한다. 계획한 루트 route 를 따라 이동하면 총 거리가 얼마가 될지도 대강은 알아야 한다. 연료와 생리작용 등이 관계가 있다.
만일 이 경로에 있는 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넓은 범위의 교통 상황을 개인이 일일이 숙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필수 정보만을 취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작업이나 업무에 있어서 과도한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것을 즐기고, 그렇게 생겨나는 어려움을 일종의 챌린지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문제다. 최초 합류 지점과 시각만 알면 다음 일정은 어떻게든 된다. 너무 많은 걱정이 거사를 망친다.
무대 공연이 아닌 이상 큐시트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흔한 발로 오바 over 하시는 것이다. 필요한 부분만 체크해서 확인하면 된다. 역시 중요한 것은 '요점'에 대한 이해다. 철저한 인물로 보이고 싶어서 쓸데없는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면 그냥 '진상'으로 불리우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아!"하는 깨달음의 순간주는 것이 아닌 디테일은 본래는 버려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컵안의 커피 맛을 구분할 줄 모르는데 반해 컵의 모양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평론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찻잔 속 태풍이 진짜 태풍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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