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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천지창조 내러티브와 테드 창 Ted Chiang 의 소설 Tower of Babylon

테드 창 Ted Chiang 은 잘 알려진 SF 작가로, 영화 <Arrival>의 원작 소설 <Story of your life>의 저자이기도 하다. 2021년 3월 30일, 경기도 모처에서 5시간 가량 긴 이야기를 나누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나는 평소 주변 도시에서 일정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라뱃길을 들러 잠시 산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항철도 계양역 인근 아라뱃길 수변은 서울, 김포, 고양 같은 주변 도시들에서 인천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들르기 좋은 동선이다. 긴 시간 운전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생각 탓이다.


Mar. 30, 2021 <Tower of Gye-yang>

테드 창의 소설 <Tower of Babylon>은 'Vintage Books'의 2016년 편집판 단편모음집 처음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가끔 잘 알려진 작품들보다 이런 단편들이 강하고 깊은 인상을 남길 때가 있다. 특히 최근 나는 존 H. 월튼 John H. Walton 의 책을 읽고 난 후라 테드 창의 <Tower of Babylon>에 묘사되는 이미지들이 더 인상 깊게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소설 속에는 고대근동 사람들의 우주관을 반영한 이야기가 다뤄진다. 바로 '궁창 穹蒼'이다. 이는 히브리어 '라키아'의 번역어로 구약성경 전체를 통틀어 17회 등장한다. 하늘에 대한 세계관 반영을 통해 구약성경을 구성하는 문서들의 연대를 추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하늘의 하나님'과 같이 '하늘의' 같은 수식어가 등장하는 것은 대개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시기와 연관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하늘은 최고신을 묘사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졌다. 수메르 문명 이후로 하늘신은 신들의 아버지로, 지고신으로 수용되는데 이후의 신화들은 대부분 하늘이라는 공간을 두고 주력 신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수메르에서는 '안 AN'이라는 이름으로 하늘신을 불렀다. 기원전 3000년 경의 파라 문서에서 처음 그 이름이 발견되며, 기원전 2200년경 최고신으로 언급된다. 우르 제 3왕조의 찬송시에서는 매우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테드 창의 소설에서는 야훼 Yahweh 의 홍수 심판 이후 사람들이 타워 tower 를 만드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4개월여를 올라야 도달하는 타워 끝에서 궁창(vault)을 만난다. 이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나에게 그의 소설은 매우 즐거운 인상을 남겨주었다. 한 시간 정도 수변 공간과 그 일대를 걸어 다니는 동안 높고 긴 물건(?)들만 보면 이야기의 이미지들이 떠오르며 재미있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물과 홍수의 이미지들은 수변 공간 주변에서 즐기기에 충분한 상상들을 북돋워주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자주 시각화와 사진작업에 전환점이 되어 줄 때가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龍之介)의 라쇼몽(羅生門) 초반 생생하게 묘사되는 인물의 행동처럼 구체적인 묘사가 그러하다면, 테드 창의 소설처럼 상상 속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여 그러한 경우도 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1년 이상의 시간, 간혹 이런 즐거운 상상과 주변 사물들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은 그 안에서 얻는 탈출구 혹은 소소한 기쁨인지도 모르겠다.



Mar. 30, 2021 <물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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