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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일전에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 일본의 여성 기타리스트 쿠미 아다치의 공연을 본적이 있다.

그녀는 블루스 기타를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블루스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다. 이 날 공연 중, 하타 슈지와 함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오리지널인 Giant Steps를 연주하는 것을 들었고, 너무나 유려한 연주에 빠져들었다.

Giant Steps는 일명 'Coltrane Substitution'으로 구성된 곡으로 일반적인 재즈의 II-V-I 진행을 콜트레인 특유의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복잡도를 올리게된다. 빠른 템포에서 이러한 코드 진행에 듣기 거북하지 않은 즉흥연주를 올리는 것은 음악적 감각과 더불어 이론적 측면에도 상당한 공부를 요구한다. 이들의 공연을 보며 한가지 느낀바가 있다. 이제 음악분야도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화가 다른 분야에 대한 무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발생과 구축 그리고 해체로 이르는 과정

과학기술분야가 대체로 일직선을 그리며 무어의 법칙과 같은 방식으로 발전해나가며 그 끝이 요원한 반면 (아브스만 참조), 예술분야는 그보다는 일종의 싸이클 cycle 을 만든다. 특정 분야가 무르익어 어느 시점에 발생하고, 발전되다가, 해체의 수순을 밟고, 단순화를 거치고, 세련화되고 하는 식으로 순환하며 변화한다. 어느 지점에 이르르면 이전에 가졌던 형태가 새로운 시대에 반영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과거와 같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그것이 구축 수순이 마무리되고 해체의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구간이 핵심적으로 학습되어아 하는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IT 분야의 과열양상을 바라보며 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곤한다. 이를테면, 심우주 탐사를 위한 다양한 계산이라는 점에서는 괄목한말한 진보를 보였으나, 장비 혹은 필요한 경우 사람이 탑승하는 이동수단의 추진장치 분야는 생각보다는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라이트 형제에 의한 첫 동력 비행 후 66년만에 달을 밟은 인류가 그 후 46년이 지난 현재를 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극심한 편중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몰입이 지나치면 환각이 오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가 요동치니 마치 모든 것이 개선된 것처럼 착각한다. 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피터 틸 Peter Thiel 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가 20세기에 극적으로 발전을 이룬 분야는 정보통신에 집중되어 있다.

지식의 반감기

새뮤얼 아브스만(Samuel Arbesman)의 저서 <지식의 반감기>는 이러한 의문에 적절한 대답을 주고 있다.

프라이스, 리먼 그리고 몇몇 학자들은 지식의 성장에 패턴이 있다는 것, 따라서 결코 무작위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지식마다 해당 분야에 들어맞는 성장 패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예를들어 오페라 같은 분야는 여러 과학 분야보다도 훨씬 변화가 빠르다.

- 중략 -

기초 과학의 중요한 분야인 유전학과 화학은 비슷한 속도로 발전한다. 반면 의학과 공중 보건은 발전 속도가 훨씬 느리고 이러한 기초 과학 분야에 의존하여 새로운 발견을 이루는 여러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기초적인 분야보다 기초 분야에 의존하는 파생 분야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 <지식의 반감기>, 이창희 옮김, 책읽는 수요일 판

예술분야는 발전순환 주기가 빠르다. 즉, 해당 분야의 발전이 한계에 이르고 해체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을 만나게 된다. 대중음악의 경우 19세기 후반에 시작되어 20세기 후반 이 순환주기를 마쳤다. 사진도 마찬가지로, 19세기 중반 탄생하여 20세기 후반 이미 이 순환주기를 마쳤다.

앞서서 시작한 쿠미 아다치 밴드의 멤버들은 이 순환주기 안의 지식에 대한 학습과 숙련이 마무리된 경우가 될 것이다. 자신이 가장 애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분야를 확정하고 있지만, 더불어 그외의 것들도 대단히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의 경우에도 초기 다게레오 타입이나 칼로 타입의 실용화 이후 변화와 발전을 거치다가 오늘날의 이미지 센서를 이용하는 디지털화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에서 다게레오 타입과 칼로 타입 같은 초기 인화 방식의 특징이 반영되어 작품 세계를 구축하던 것은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예를들면, 여성의 초상과 남성의 초상은 그 표현 방법이 다르게 발전되어 왔다. 만일,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연출된 초상사진의 촬영에 있어서 부적절한 시도를 반복하는 시행착오의 기간을 오래 겪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초기 사진기술(다게레오 타입, 칼로 타입)에서부터 디지털 렌더링에 이르는 분야까지를 본다면 어느 정도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사례들을 수집하여 연구해보면, 기본적인 지식들(프레이밍, 컴포지션 등과 같은)을 이후 수집, 학습해야 하는 자료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해체의 단계에 이르른 시점을 보면, 과거 잘 알려진 작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행위를 한다던지, 바바라 크루거처럼 글자를 올리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디지털 렌더링은 분명 그 관점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초기 사진 작업에서 회화적 구도를 완성하기 위해 번거로운 합성 작업을 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나 '구축' 수순의 작업이라기 보다는 다른 관점의 제시 그리고 새로운 활용이라는 '해체' 수순의 작업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기존의 예술분야로의 종사는 보편적인 기술과 래퍼런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실현 가능 능력이 요구된다. 캔디드나 스냅 유형의 사진과 스튜디오 작업 양측 모두에 대한 지식과 레퍼런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실현 가능한 기술적 숙련도 모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손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특화, 집중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식의반감기

BHANG Youngmoon Photography, Inche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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