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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속 미국사회를 생각하다 #1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조형적인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맥락과 흐름 속에서 하나, 존 버거 John Berger 의 표현을 빌자면, "좋은 사진은 길게 인용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을 조금 넓혀보면 좋은 예술 작품은 사회와의 소통을 무시하지 않는다. 작품은 예술가의 관점을 통해 응집된 하나의 계기 an occasion 같은 것이고 이를통해 사람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사회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서는 초월적인 것들과 우주에 관한 것들까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소견을 가지고 있다. '기록 documentary'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가득 품고 있는 사진이라는 예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프레임 바깥 세상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각형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맺힌 상, 사진가에 의해 결정된 하나의 장면은 프레임 밖의 세상에 대한 이해를 품은 만큼 더 힘을 얻지 않을까? 존 버거의 견해에 대한 나 나름의 표현방식이다.


브레이킹 배드 속 미국 사회 그리고 우리 사회

이 글을 적기 시작한 것은 브레이킹 배드라는 미국의 TV 시리즈 시즌 1, 다섯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복선으로 담고 있다. 금융 자본에 의해 굴러가는 미국 자본주의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하는 표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암 투병과 자신의 사후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아버지, 마약 카르텔과의 충돌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가입한 보험의 보장 범위로 인해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연방요원, 정작 화폐의 무제한 발행을 위해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정부이지만 개인의 현금 사용은 치밀하게 감시하고 있는 IRS. 그 중 S1 Ep. 5 의 경우는 매우 개인적인 이유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우리 사회와도 연결되는 것들이 많아 몇 가지를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초반 10여분을 통해 세대가 처한 문제를 조명한다

<Gray Matter>라는 제목의 이 에피소드는 제시 핑크맨 Jesse Pinkman 이 말쑥한 모습으로 면접을 보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업직 sales 을 염두해두고 면접을 치르던 핑크맨은 면접관의 설명과 함께 그들이 고용하고자 하는 직업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사무실을 떠난다. 그들이 고용하려던 사람은 건물 앞에서 예금통장을 개설하라는 사인을 돌리는 소위 '알바'였다.

드라마는 여기서 쳥넌의 삶을 짧게 비춰둔다.

핑크맨은 자신의 고등학교 화학선생님인 월터 화이트 Walter H. White 와 마약 제조를 하던 중 지역의 마약딜러 두 명을 살해하고 화이트와 충돌한 상태다. 살인의 충격과 딜러를 잃은 충격으로 핑크맨은 마약 제조에서 발을 뺄 생각이었다. 그의 차에는 채용광고가 적힌 지역신문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표시를 해두었다.

사무실을 나서던 그와 마주친 것은 마약 거래를 하다 보호감찰 대상이 된 옛친구다. 둘은 잠시 뒷골목에서 대마를 피우며 대화를 나눈다. 메탐페타민 methamphetamine 의 제조에 필요한 약을 조달할 수 있다는 옛친구는 마약 제조를 다시 권한다. 하지만 핑크맨은 자신의 파트너 화이트를 욕하며(asshole) 성격이 더럽다고 설명한다. 마약 제조에 다시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핑크맨은 자신의 차로 돌아가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기 위해 연락처를 들춰본다. 자신이 면접을 본 건물 앞에서 열심히 싸인을 돌리는 친구를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 핑크맨은 친구에게 간다. 취업도 안되고, 말도 안되는 고용주들의 말을 들으며 살자니 마약 제조를 하며 쿨하게 살고 싶다.

장면은 월터 화이트가 그의 아내인 스카일러와 함께 옛 파트너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엘리엇과 그레첸. 자신과 함께 옛날 회사를 세운 친구들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월터 화이트는 그들과 갈라섰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세운 회사 Gray Matter 는 이제 국제적인 기업이 되었고 옛 파트너들은 부자가 되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세차장 카운터에서 캐셔 일을 파트타임으로 해오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화이트의 생활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드라마는 여기서 중년의 삶을 짧게 비춰준다.

화이트는 인사를 나누고 옛 파트너의 저택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생일 파티가 열린 저택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둘러보던 그는 엘리엇의 서재로 들어간다. 마치 자신이 꿈꾸던 삶이 놓여있는 것 같다. 넓고 중후한 공간에 가득한 고가의 서적들이 비춰진다. 기사를 스크랩한 액자들과 아마도 수집가치가 있을 법한 책들도 있는 것 같다. 그의 마음은 복잡하다. 남자 나이 오십대. 이제 삶의 성취를 남들과 비교당할 시점이다.

파티장으로 돌아온다. 다른 친구가 자신을 알아본다. 그는 화이트가 결정학의 권위자라며 지인들 앞에서 추켜세운다. 화이트는 수줍게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은 묻는다. Gray Matter 의 일원이 아니라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화이트는 속이 탄다. 그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얼버무린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묻는다. "어느 대학인가?"

내 기억이 맞다면 화이트는 칼텍 CALTECH 즉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출신의 석학이다. 칼텍은 미국 내에서 MIT와 쌍벽을 이루는 공과대학 명문으로 꼽힌다. 아마도 화이트의 화학에 대한 전문성이 Gary Matter 라는 회사가 성장하는데 근간이 되는 원천기술을 제공했던 것 같다. 화이트는 무너진다. 그는 매우 자존심이 강하지만 내성적인 사람이다. 중년의 삶. 흔한 표현으로 모아둔 재산도, 사회적 지위도 얻지 못했다. 사실 시즌 초반 이러한 그의 속마음은 성욕이 감퇴한 중년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화이트와 핑크맨은 핑크맨의 차고에서 다시 만난다. 화이트가 핑크맨에게 던지는 한 마디 그리고 긴 침묵 후 에피소드는 끝난다.

"WANNA COOK?"

시즌이 전개되면서 화이트는 그의 동서 brother-in-law 이자 마약단속국 DEA 요원인 슈레이터 Henry R. Schrader 와 쿠바산 시가를 태우며 이야기를 나눈다. 선과 악, 범죄인지 아닌지를 나누는 것은 모호하지 않은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다르고.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닐까?

최근 우리는 사회적 이슈로 인해 '헌법'이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브레이킹 배드 안에서도 헌법에 대한 내용들이 종종 나온다. 법을 잘 모르는 청년들을 헌법 운운하며 속이는 경찰관, 단속 경찰관에게 항의하며 헌법에 근거해 표현의 자유를 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감금당하는 화이트. 불문법과 성문법. 브레이킹 배드는 이 두 가지를 복선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이 부분도 생각이 정리되는대로 적어볼 생각이다.

미국 사회의 문화를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브레이킹 배드 속에 등장하는 유머 코드들에 크게 웃다가도 씁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떤 장면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풍자적인 유머 코드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지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리즈다. 결국 브레이킹 배드 속의 주제 자체도 그리고 이 작품 자체가 그러한 미국의 문화와 사회적 상황에 대한 해학적 접근이다. 이 시리즈는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

<Gray Matter>라는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브레이킹 배드가 조명하는 미국 사회를 통해

나에게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크게 보였던 것 같다.

내가 한국사람이기에 당연하지 않은가?

취업과 홀대에 시달리는 청년들,

인생의 성취를 논하는 시점에서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 중년들.

이러한 장면들은 이 시리즈가 10년전 미국에서 폭넓은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 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커다란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우리보다 사회 역동성이 강한 미국 사회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또 어떨까?

#사회 #미국 #한국 #브레이킹배드

BHANG Youngmoon Photography, Inche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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