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3D 프린팅 - Cube 2nd Gen. (신도리코)



최근 몇 년, 제 4차 산업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이라는 말은 사회 전반에 걸쳐 중심에 서 있는 주제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과 로봇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진보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라는 점과 같은 부분이 있고, 눈에 띄는 기술들, 이를테면 3D 프린팅과 같은 기술의 진보와 일반화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편리함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다.

일단,

평소 매우 좋아하는 그리고 제 4차 산업혁명을 기술하는 매우 적절한 표현이 있어 인용해본다. 제 4차 산업혁명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이라는 표현을 도입한 클라우스 슈밥 Klaus Schwab (Executive Chairman of the World Economic Forum)의 말이다.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is not only changing what we do but who we are"

(제 4차 산업혁명은 단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는 앞으로 '직업'이라는 과거의 프레임으로 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부적절함을 먼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보면 여전히 이 변화도 갈 길이 멀게 느껴짐을 알 수 있다. 이 글 역시 그러한 '거창한' 관점의 것이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보급형 3D 프린터를 이용한 작업을 해보며 느낀 점들, 시행착오들을 간단히 적기 위한 것이다.

3D 프린터를 사다

첫 번째 시도는 보급형 3D 프린터를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제품 제조 및 판매에 대한 자세한 스토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에, 아무래도 익숙한 이름의 회사를 선택하면 후속관리가 쉽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구매 한 것이 신도리코의 큐브 2세대 제품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이 제품에 대한 개인적인 사용기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1. 기본적인 해상력 등은 전혀 문제가 없다. 쓰기에 나쁘지 않다.

  2. 세팅도 다른 기기에 비한다면 매우 간편하다.

  3. 언제부턴가 카트리지 이탈 문제가 발생했다. 10시간 소요 프린팅을 걸어두고 다음날 오면 카트리지가 이탈해 인식 에러가 발생했고 중간부터 진행되지 않았다.

  4. PLA 필라멘트가 중간에 끊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매번 셋업을 다시 한다.

  5. 다른 제품에 대한 경험이 없어 모르겠는데, STL 파일로 직접 작업이 되지 않는다. 전용 프로그램으로 전용 포맷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수많은 제품들이 이런 문제가 걸리면 시장에서 실패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도 있었다. 현재는 국내에서 이 제품 전용 카트리지를 구입할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 주문하고 있는데, 소량의 국제 배송은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든다. 카트리지 하나에 6만원 이상을 쓰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타사 제품과 비교할 때 굉장히 큰 문제로 작용한다. 결국 이 장비는 유지관리가 너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나는 왜 3D 프린터를 선택했는가?

사진하는 입장에서 굳이 3D 프린터를 사야하나? 이 질문은 당연한 질문이다. 과거 사진가 히로시 스기모토 Hiroshi Sugimoto 도 조형물 연작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석고나 목재 등 가공 가능한 물질(!)을 사용했다. 이는 추상적 개념들에 대한 시각화를 의도한 것이다. 굳이 조각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위대한(?)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무엇하러 단순한 기하학적 대상물을 사진으로 찍어야 한다는 말인가?

'스트레이트'라는 패러다임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사진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Alfred Stieglitz 는 "사진이 예술이라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가?"는 질문으로 아주 날카롭고 예리하게 파고든다. 진동선 교수는 재인식의 개념이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는 변별력이라는 말로 이를 정리한다. 이러한 제한성이 있고 '뾰족한' 질문이 있었기에 사진은 사진으로서 그 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단순히 회화를 따라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컴퓨터 그래픽의 현실감이 압도적인 오늘날 사진의 설 자리 같은 것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실존하는 대상물을 '약호 없는 메시지'(롤랑 바르트)로 만들어 대상에 대한 재인식을 이끌어내는데서 시작한다.

내가 3D 프린터로 조형물을 작업하는 이유는 이 글의 시작점에 그 이유가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is not only changing what we do but who we are - Klaus Schwab)?가 앞으로의 시대를 맞이할 질문의 핵심이라면, 예술가라면 특히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질문을 파고 들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몇 가지 개념을 조그마한 조형물로 구체화 시킬 계획을 세웠고 현재도 계속해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 와중에 3D 프린팅이라는 현실과 생생한 조우를 경험하고 있다. 인공장기우주선의 파츠에서부터 간단한 형태를 만드는 분야까지 3D 프린팅이 연결되는 분야는 매우 넓다. 과거 철강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철강산업이 현대 문명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3D 프린팅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를 직접 해봄으로써 주요한 분야에 대한 이해도는 아주 세부적이고 또한 폭넓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진행하려는 연작 사진 series photography 에 있어서 조형물 즉, 피사체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과정은 그 당위성에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15점의 조형물 제작, 15곡의 음악 그리고 왜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는가에 대한 글. 사실 최근처럼 이렇게 작업에 열중되는 시기는 별로 없었다. 결과가 시원찮더라도 끝까지 가봐야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3D프린팅 #사진 #피사체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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