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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가?


사진이 예술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당위성. 그것이 "재인식의 개념만이 예술이 되는 변별력"(진동선)이라고 보아온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모든 것에는 흔들리지 않는 당위성의 근간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스스로를 인간으로 여기면서도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일견 쓸데없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왔음을 돌아볼 때, 당연한 것에 대한 계속되는 의문을 통해 어느 순간 '새로움으로 향하는 조그만 틈'을 비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이러한 시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Bastion 23 in Algiers, Algeria by Bhang, Youngmoon>

돌아보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성철)인데 따지고보면 사진은 계속해서 그것을 비틀고 있는 셈이다. 아니, 어쩌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그 깨달음에 다다를때까지 계속해서 바라보고, 시간의 단편을 훔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하면 나는 후자 쪽이다.

뒤샹(Marcel Duchamp)이 변기를 전시한 것이 1917년이니까 2019년에서 돌아보면 100년 하고도 2년이 더 지난 셈이다. 1세기나 지난 예술의 개념은 아직도 첨단의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화자되고 있는 셈이다. 3년만 지나도 많은 것이 뒤바뀌는 사회를 생각해보면 참 길고도 강력한 숨결이다. 역시 순간의 흥망보다는 기나긴 예술의 위대함을 가르쳐주는 것인가?


<Marcel Duchamp, 1917, Fountain, photograph by Alfred Stieglitz at the 291 (Art Gallery)>

제임스 레게(James Legge)는 노자의 도덕경을 번역하며 道法自然이라는 문장을 이렇게 번역했다.

"The law of the Dao(道) is its being what it is."

(道德经, Chap. 25)

자연(自然)은 다른 문헌에서는 it is self so 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렇다'라는 식이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출애굽기의 I AM WHO I AM 같은 문장이 있을 것 같다. 되었다면 그냥 그렇다는 것이고, 나는 나다. 뒤샹(Marcel Duchamp)이 전시한 변기를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가 찍어 <샘 Fountain>이라 한 것이 100년전이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과정도 굉장히 길고 험난하다. 두 번의 세계대전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니, 정확히는 세상을 이해하는 유럽인들의 시야를 조금 넓혀줬다고 하는 것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예술 운동들이 유럽에서 태어났고 그 가운데에는 매우 급진적인 것들도 많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많은 것들이 태어났지만 세계대전을 통해 받은 충격은 아무래도 미국인들보다 유럽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 모양이다.

유럽인들의 생각의 뿌리를 향해 가다보면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와 같은 철학자의 주장을 따라 시작된 생각에서 비롯된, 플라톤의 철학에 각주를 달아온(A. Whitehead) 역사를 발견하게 된다. 자꾸만 손에 잡히는 것들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인 것이다. 물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훌륭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스스로의 특징을 실존적 한계로만 규정하는 결론으로 귀결하게 된다면 과연 좋은 일일까?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현재에 대한 적절한 불만족이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미술관 한켠에 떨어뜨린 안경을 전시작품이라 여기고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는 해프닝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아무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기획자의 의도 밖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기획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연성이란 사람에게 인식되었을 때 그 자체로 순수한 우연일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왜 아직도 뒤샹의 샘에 소변을 보는 퍼포먼스는 등장하지 않고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뒤샹 #개념 #사진 #사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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