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VSCO, 데스크탑 프리셋 철수: 사진 창작의 전격 모바일 시대의 신호탄인가?


물리적 동시대, 동시간 안에는 생각보다 넓은 시대가 포함된다. 기술적 문제에 있어서는 간혹 우회 bypass 가 일어난다. 이를테면, 일부 국가들은 유선 전화기를 경험하지 않은채 스마트폰으로 넘어간다. 어떤 사람에게는 여전히 플래시 드라이브가 신기술이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물리적인 동시간대 안에서도 사람의 의식은 다양한 시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과거 어느 시점보다 이 격차가 큰 시대라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사회적 갈등도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나이가 같아도 정보의 질과 양, 취사선택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확장 가능성 등등은 단순히 '관점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 동시간대 속에 논리적으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진을 도상 icon 으로 보는 것은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관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십여년전에 사진의 지표이론이 논의된 바 있고, 퍼스의 기호학을 사진에 대입한 이 이론에 근거해서 보면 사진을 도상 icon 즉, 현실 (혹은 세상)의 복제로 보는 것은 예전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진을 현실의 복제로 보는 것을 '틀린 것'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 그것이 시대에 많이 뒤쳐졌다고 해도 말이다.

어떠한 새로운 이론 혹은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는 것은 이전의 것이 가진 '한계'를 확인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계의 발견이 그것에 대한 즉각적 폐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를테면, 인간의 감각은 부정확한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그렇지만 감각은 모든 측정 기준의 앞선 표준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장하석 교수의 주장처럼, 감각을 믿는다는 것은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그것이 월등히 정확하기 때문은 아니다. '표준의 정당화'는 존중의 원리 principle of respect 에 바탕을 두게 된다는 그의 주장처럼 어떠한 계측 기준조차 합의에 의해 도입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상기해 볼 때, 어떠한 이론이 이전의 것의 한계를 확인해준다고 해서 이전의 이론을 무조건적으로 폐기하는 것 또한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이다. 더군다나, 인간은 스스로의 감각이 부정확하더라도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감각에 대한 절대적 부정은 곧 자기자신의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표 index 로서의 사진 이론이 이제는 퇴물취급을 받을지 모르나, 결국 수용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진은 지표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의 도상이기도 하다. 디지털 사진에 대한 편집, 조작이 쉽다고 해서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디지털 사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사실이다.

나는 상당수의 현대인들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런 사고실험이 나왔는지 모른다고 본다. 이것은 1935년에 이루어진 논의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뉴턴역학적 이해가 훨씬 현실감있다. 물체가 서로 부딪히면 반동을 일으키고, 단단한 벽을 주먹으로 치면 손이 아프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급제동하면 차 안에 있던 물체들이 앞으로 쏠린다. 우리의 일상 경험 속에서 뉴턴역학은 아주 정확하고 분명하게 경험된다.

초과실재 HYPERREAL

사진적 현실은 약간의 노이즈, 약간의 색빠짐, 약간의 흔들림, 약간 잘못 맞은 초점을 통해 오히려 강화된다. 때문에 나 역시 디지털 사진에 이러한 효과를 준다. 오늘날의 디지털 이미지 센서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통해 경험되는 사진의 퀄리티는 과거 습판, 건판, 필름을 통해 경험되었던 그 어떤 시대보다 월등하다. 이제 너무나 깨끗해진 대상은 오히려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안드레아 구르스키 Andreas Gursky 의 사진을 접한다면 시각적 경험과는 너무도 다른 느낌을 발견하게 된다. 가까운 곳부터 먼 곳, 낮은 곳부터 높은 곳이 모두 생생하게 보이는 그의 사진은 일반적인 시각 경험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다. 치바 시게오가 설명하는 배병우의 <소나무>에 대한 경험이란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모두 선명하게 보이는, 현실과는 다른 시각적 경험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사진은 과거 매체들과 동떨어진 월등한 '품질'로 인해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디지털 사진의 프로세스는 화학 인화 프로세스가 정당화 할 수 있는 사진의 정체성을 무너뜨린다. 이것은 맺힌 상을 인화지에 옮긴 것이 아니다. 이미지 센서를 통해 수용된 신호는 디지털 파일로 저장되고, 다시 이것은 이미지로 시각화 된다. 음악에서는 이 과정을 쉽게 AD/DA 컨버팅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즉, 물리적 신호는 디지털 신호가 되고, 이것은 디지털 파일로 저장되고(그것이 저장 매체에 '파일'이라는 형태로 저장되든, 주기억장치 Random Access Memory 에 잠시 들어있든), 다시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물리적 신호로 바뀐다. 음악의 경우 디지털 레이턴시 latency 가 문제가 된 시기가 있으나, 프로세서와 주변기기들의 발달로 이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디지털 장비를 통해 경험하는 것은 일종의 가상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전에는 없던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들은 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VSCO (https://vsco.co)

'사진'이란 무엇인가? 존재하는 사물의 상을 기록하고, 옮길 수 있는 매체다. 때문에 어떠한 사물이 실재로 존재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사진이 소위 '사진스러울 필요'가 있게 된다. 때문에 초과실재적 디지털 사진은 이러한 역할에 오히려 부적합한 매체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여기에 사진적 현실감을 강화하기 위해, 이 초과실재 hyperreal 에 열화를 가한다.

VSCO는 이러한 프로세싱에 있어서 내게 필수적인 도구였다. 정치 기록 사진 작업을 할 때도 이러한 프로세스는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기록된 사진들에 가해진 필름적 열화는 사람들도 하여금 그것이 '따뜻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객관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플러그인을 통해 가공되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된다. '의도적으로 감성적으로 느끼도록 만들었다'는 흔적이 있으면 안된다. 따라서, 인스타그램 등에 포함된 일반적인, 소위 '빈티지' 플러그인은 사용될 수 없다. 이것은 필름적 뉘앙스는 충분히 내포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가공이 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나에게 VSCO 의 Film Essentials Presets 는 정말 유용한 도구였다.

그런 VSCO가 오는 3월부터 데스크탑용 프리셋 사업을 접는다.

이것은 데스크탑이 시대에 뒤쳐진 창작도구임을 반증하는가?

나는 졸라 아니라고 본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일반적으로 다루는 이미지들을 숫자로 바꾸어서 다뤄보면 이것은 확연히 들어온다.

이를테면, 내 카메라의 비압축 이미지 파일은 14 bit 즉, 채널당 16,000단계로 밝기가 조정 가능하지만 JPEG 파일은 256 단계다. 4cm 를 밀리미터 자로 잴 수 있느냐, 손가락 마디로 재는가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VSCO 의 이런 움직임은 창작도구의 모바일화에 대한 예측이라기 보다는 재무상 모바일 유저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이 회사의 지속가능성, 가치, 유지확률을 높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경영회의 등에서 오간 말로 옮길 수는 없다.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문장을 고르고 또 만든다. 때문에 VSCO의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진보와 기술적 완성으로 표현했다. "we're also always moving forward"(또한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과 같은 표현이다.

수치라는 기준을 대입한다면,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것은 곧 퇴보를 의미한다. 16,000단계로 기록될 수 있는 밝기를 단지 256단계로만 기록된 파일로 다루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앞으로 나가는 moving forward' 것인가? 그것은 사용자와의 관계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에 근거해 바라볼 때, 고객창출이라는 존재의 목적을 가진 기업이 자신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수익' 즉, 이윤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객은 조직을 선택하고, 선택한 조직의 유지를 위해 돈을 지불한다. 마찬가지로, 창작 분야가 모바일 기반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마케팅과 머릿수에서 보여지는 일종의 착시다. 물론, 모바일에서도 이제 이만큼 가능하다. 시장의 규모를 통해 볼 때, 소위 '워크스테이션'형의 필드 참여자의 수는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

비행기가 나왔으니 배는 필요없다고 말한다면 바보가 아닌가?

그리고 혼자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면 23kg의 위탁화물과 7kg의 기내 반입 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은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무역선을 없앨 당위성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BHANG Youngmoon Photography, Incheon,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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