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분 장노출 촬영 기술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노출 시간이 30초가 넘어가는 경우 라이브뷰 live-view 가 가능한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노출시간을 잘 계산할 필요가 있다. 노출계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극단적인 ND 필터값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다소 복잡해진다. 동영상에서는 이 사진연작에 깔린 작가 자신의 의도에 관해 설명했기 때문에 기술 자료가 없다. 여기에서는 기술과 숫자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사진연작 <응시> part 2 바로가기:
하드웨어
카메라: 소니 A7m3
렌즈: 칼자이스 FE 55/1.8
필터: 슈나이더 B+W ND 1,000 x 2 ea (= ND 1,000,000)
노출계산
이 작업이 특이한 것은 노출 시간을 정해놓고 거꾸로 촬영한다는 것이다. 나는 66분, 33분, 17분, 11분 7초를 각각 노출시간으로 정했다. 여러 장의 사진이 나왔고 그 가운데에 6장을 최종적으로 골라 연작에 집어 넣었다.
사실 이 작업은 노출 계산을 다소 어림으로 잡아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 작업은 형상 즉, 디테일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고 색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밝기에 다소 오차가 있어도 큰 문제가 없다. 다른 한 가지는 이 작업은 해가 지기 직전 즉, 자연광 조도가 빠른 속도로 변하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테스트 촬영으로 촬영한 사진보다 조금 더 밝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1) 11분 7초
해가 아직 떠있는 초저녁이라면 조리개를 f/8 값에서 1/250초 노출로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밝다. 칼자이스 F 55/1.8 렌즈는 말 그대로 조리개가 1.8까지 개방된다.
이 연작의 사진들은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한 상태에서 촬영되었다.
11분 7초는 667초를 의미한다. ND 1,000,000 필터를 사용하는 경우 셔터 속도가 1/1500초인 경우 동일한 밝기가 나온다. 이 값은 A7m3 셔터 속도에 등장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값은 1/1600이다.
이 값은 1/1500을 소수로 바꾼 뒤 1,000,000을 곱하면 구할 수 있는 값이다.
ND 필터 사용 촬영은 복잡한 노출 계산을 할 필요 없이 필터 없이 나오는 적정 노출 값에 ND 값을 곱하면 적정 셔터 속도를 구할 수 있다.
필터를 끼우지 않은 상태에서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1/1600초로 사진을 찍어보면서 가장 적당한 노출을 고른다. 사실 나중에 보면 42초라는 편차가 생기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다. 왜냐하면 625초에서 1 stop 내려가는 경우 312.5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감으로 맞춰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해가 지고 있다는 것은 점점 어두워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ISO 값을 이용해 약간 더 밝은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셋업한다.
한 사진을 예로 1/1600초, ISO 400, F 1.8 에서 원하는 느낌이 나왔다.
ND 1,000,000 필터를 끼우고 타이머를 11분 7초(667초)에 맞춘다.
(2) '66분은 3960초'라는 사실에서 시작
66분과 11분 7초는 편차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노출 stop 으로 계산해보면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긴 노출 시간이 되면 시간상 두 배가 되어야 의미있는 차이를 얻을 수 있다.
66분 노출 사진은 F 2.8, ISO 80으로 아주 조금 수정되었을 뿐이다.
전체적으로 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디테일 표현을 위한 세부적인 노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은 아니다.
노출시간에 관한 수비학적 의미에 관하여
오래된 문명들에는 저마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비학적 전통이 있다.
66의 경우는 불완전수 6을 두 번 언급하는 것으로, 성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33의 경우 12라는 완전수에서 1이 모자란 11을 3번 반복한다는 의미도 있으며, 3이라는 완전수를 두 번만 반복한다는 의미도 있다.
17분은 여기에 조금 단순한 산수를 했다. 11분에 6분을 더한 것이다. 둘 다 고대근동에서 불완전수로 통했다.
11분 7초는 '찰나'라는 말과 관계가 있으며 또한 '오만가지생각'이라는 테마와 관계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에 있는 동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Q. 왜 조리개를 개방한 장시간 노출 촬영을 진행했는가?
(1) 조리개 개방의 이유
연작의 제목이 '응시'다. 부제를 보시면 '명상'으로도 번역이 가능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본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나의 점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우리의 눈, 망막에는 중심와(fovea)와 그 둘레에 주변화(parafovea)가 있다. 원추세포가 밀집한 중심와를 통해 맺히는 상의 정보가 또렷하게 보이는 반면, 주변와로 들어오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많이 흐릿하다. 연습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이 흐릿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조이개 되면 피사계 심도가 깊어지고 가까운 것부터 먼 것까지 선명한 상을 얻게 된다. 일종의 가상이다. 우리가 일상에게 경험하기 힘든 시각적 체험이다. 그렇게 맺힌 상이 2차원 평면에 표현되면 그 자체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개방하면 피사계 심도가 얕아진다. 비교적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세포 밀도가 주된 요인인 시각과는 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35mm 카메라에서 조리개값이 1.8인 경우는 일상적 시각 경험보다 훨씬 극명한 얕은 피사계 심도를 얻게 된다.
예술의 방법 중 하나로 선택과 강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시각체험의 구현이라는 방향을 선택했다면 그것을 조금 더 강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f 1.8 ~ 2.8 정도의 조리개값이면 이러한 의도를 표현하기 좋지 않을까 싶었다.
(2) 조리개를 개방하면 굉장히 밝아진다. 어떻게 11분 이상의 노출이 가능한가?
당연히 ND 필터를 쓴다.
문제는 조리개를 저 정도로 개방한채로 해가 지기 전에 촬영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굉장히 밝다.
* *2018년에 농여해변을 촬영한 사진은 4분 노출인데 ND1000에 F 22, 감도는 최대한 낮추어 작업했다: https://www.bhangyoungmoon.com/the-contemplative-contemplation-01
이번 작업은 훨씬 극단적이다.
조리개를 개방하고 훨씬 긴 시간의 노출을 시도한다.
슈나이더 크로이츠나흐(Schneider Kreuznach) ND 필터를 사용했다. 화이트밸런스가 너무나 훌륭하다.
ND1000 필터 두 개를 겹친다. 이렇게 하면 1000x1000 즉, 백만이 된다.
ND 값이 저렇게 높으면 노출 계산이 까다로워진다. 주로 사용하는 플루토의 자동 계산 범위를 벗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고전적인 공식을 사용한다.
(3) ND 필터 1,000,000에서 노출 계산하기
1/5 = 0.2
0.2 x 1000 = 200
200 sec. = 3m 20s
필터 없이 셔터속도가 1/5초에서 적정 노출이 나오는 경우, ND 1000 필터를 사용했을 때 셔터속도를 3분 20초로 촬영하면 동일한 밝기가 된다. 1000 대신 1000000을 적용하면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 관해서는 아래 동영상에 설명해 두었다.
(4) 플루토 트리거
플루터 트리거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카메라를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다. 센서에 의한 다양한 작동방식은 물론 물방울 촬영과 편리한 타이머 기능이 있다.
Pluto Trigger: https://plutotrig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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