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사진 작업에 쓰이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어도비 포토샵, 라이트룸 등에서 플러그인 형태로 사용되는 Nik Collection과 VSCO 를 이용했던 작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았다.
감성적 표현을 위해 롤필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대형 카메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위해 여전히 시트필름을 쓰는 작가들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디지털을 이용한 작업이 가장 많아졌다. 디지털 흑백사진 역시 그 나름의 작업 프로세스가 있다. 단순히 색을 빼는 문제가 아닌 색에 대한 나름의 근거있는 해석이 좋은 사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암실보정과 굉장히 큰 차이점이 있다. 흑백사진이 스스로의 존재 근거를 현실과는 동떨어진 표현 즉, 흑과 백의 사태라는 것으로 표현하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근거를 확실히 한다고 하지만 색에 대한 흑과 백으로의 재해석이 기본이 된다고 한다면 나는 이 역시 좀 고민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플루서는 현실에서 경험되지 않는 흑과 백이라는 사태를 담아낸 흑백사진이 광학적 태생을 명확히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색을 통한 사실적 세계의 표현은 스스로가 광학기술의 산물이 아닌 사실이 되려고 한다는 점에서 더 높은 추상화를 통한 거짓이라는 설명도 한다.
일단 흑백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직접 경험되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흑백사진은 지가 '만들어진 상'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다. 반면에 컬러사진은 현실에 가까워지려고 한다. 매트릭스처럼 자신이 사실에 가까워지려고 할 수록 더 거짓이 되는 것이다.
디지털에 있어서는 많은 작업자들의 사진은 컬러(raw)로 만들어진 것을 다시 흑백으로 바꾸는 과정을 따른다. 내게는 이런 행위가 "내가 찍었음"이라는 도장을 찍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디지털 흑백사진이라는 것은 사진 스스로가 "나 사진이야!"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보정은 필름과 디지털 모두에서 존재하는데, 암실 작업과 디지털 작업의 큰 차이 중 하나라면 흑과 백을 통한 재해석 과정에 대한 간섭이 아닐까 싶다. 암튼, 또 생각해보니 디지털 사진은 흑백사진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가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결과물을 많이 내놓는다.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져 사진처럼 보이기 위한 과정을 겪는 이 대상물은 사진이 되기 위해 사진과는 전혀 다른 선형 기호의 총합이 사진으로 보이게 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보이는 그 자체에서도 "나 사진이야"라고 주장되기 위해 더 많은 화장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의외로 여기에 디지털 콘텐츠의 본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아닌 거짓을 위한 거짓이 되는 것 말이다.
사진의 탄생이 상당수 예술이 가는 길을 바꿔버린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