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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CGA 그래픽에서 시작해보는 간략한 디지털 이미지의 역사

오래된 CRT 모니터에 떠오르는 일견 '기계적인' 모양의 글자체들.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글자들과 기호들이 흘러내리는 화면. 일반적으로 과거 1980년대 초반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와 CRT 모니터 조합으로 구현되었던 색상이 보여주는 세상은 '이것은 컴퓨터 화면이다'라고 공언하는 듯하다. 마치 흑백 사진이 자신의 출처를 더 확실히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플루서는 사진은 그 색이 정교화 되어 갈수록 더욱 정교한 거짓임을 지적한다. 즉, 색이 사실에 가까울수록 더 거짓이 된다는 것이다. 문득 나는 영화 매트릭스가 CRT화면과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를 사용했을 때 보이는 화면을 선택한 것은 보이는 것이 현실 같이 구현되는 매트릭스와 구분되는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선택하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러한 색의 구현은 CRT 화면의 물리적 특징에 근거한 것인데, 정작 영화 매트릭스를 자세히 살펴보니 화면은 CRT라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마치 액정화면이 충격에 부서지지 않게 강한 프레임으로 둘러싸 두껍게 보일 뿐인 그런 사양의 장비들이다.


그러니 이러한 연출은 기계적인 느낌, 디지털 세상, 현실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즉, 이미지가 자신의 출처를 확실히 드러내는 #00aa00, #000000 두 가지로만 이루어진 단색 monochrome 의 세상이 곧 가상과 현실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경계선이라는 의미 이상은 없는 듯 하다.


보편 디스플레이의 시작 '튜브 Tube'

Cathode Ray Tube - 음극선관


CRT(Cathode Ray Tube) 모니터는 음극선을 조정하여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앞면 유리에 도포된 형광 물질과 충돌하여 빛을 내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CRT의 발명자의 이름을 따서 '브라운관'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알려진 그 물건이다. 과거에는 매우 흔했으나 이제는 의도적으로 찾아도 찾기 어려운 물건이 되어 버렸다.


바로 이 CRTTV컴퓨터 모니터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이 CRT(Cathode Ray Tube) 즉, 음극선관을 표현하는 약칭인 '튜브 Tube'는 영어권에서 TV를 부르는 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YouTube 유튜브'의 Tube가 바로 브라운관 즉, 음극선관 TV를 부르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유튜브 세대라 불리우는 연령대는 CRT 즉, '튜브'가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화 매트릭스 The Matrix 와 녹색 글자들


황화아연 zinc sulfide구리 copper 화합물이 일반적인 음극선관(브라운관)내에서 531 nm(나노미터) 파장의 녹색이 가장 강한 빛을 낸다. 이것이 녹색 일색의 컴퓨터 화면의 정체다. 과거에는 매우 흔했다. 컴퓨터 교육 기관, 이후에 국공립학교 컴퓨터 실습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컴퓨터에는 대부분 이 녹색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이렇듯 초창기 컴퓨터 그래픽과 CRT 모니터의 관계 속에서 소위 말하는 단색 monochrome 화면의 녹색글자들은 그 시절 컴퓨터 화면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자연적으로는 495 ~ 570 나노미터 사이의 파장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인데, 약간의 개인차는 있어도 인간의 눈은 이 부분에서 최대 감도를 나타낸다. 식물 또한 녹색인 경우가 많다. 인간의 눈이 녹색에서 최대 감도를 발휘하는 까닭은 식물이 녹색인 탓이 있을 것이며, 식물이 녹색인 까닭은 가시광선 파장에서 에너지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에너지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 즉, 많은 식물이 녹색을 반사하기 때문에 녹색인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비ASCII 문자인 한글의 구현 문제 때문에 단색에서도 640x200 해상도에 글자에 8x8 픽셀 밖에 할당되지 않는 CGA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아스키 문자열은 8x8 픽셀로도 다소 조악하더라도 왠만큼 표현이 가능하지만 한글이나 한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80년대 미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CGA 색조합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허큘리스 Hercules 에 앞서 이 같이 CGA 그래픽 카드가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160x100 해상도에서 16색, 320x200화면에서 4색 구현이 가능한 시스템에 굳이 단색 모니터를 쓸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단색 모니터가 사용되는 컴퓨터는 일반적으로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 Hercules Graphic Card 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4개의 CGA 디스플레이 4색 모드(320x200)로 구현한 이미지 - 오사카의 한 시장에서


우리는 디지털 이미지가 무수히 많은 점들이라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디스플레이가 발전하면서 점차 우리는 화면이 많은 작은 점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이제 픽셀이 보일 정도로 해상도가 낮은 제품이 거의 없다. 노트북 역시 HD의 2배가 된지 오래다. 4배인 4K도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대개는 화상의 전송속도 문제가 걸릴 뿐이다. 다니다보면, 사무실 등에서 HD 해상도 정도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곳이 종종 있는데 화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피로한 까닭은 그것이 화면이기 때문이 아니라 해상도가 낮기 때문인 경우가 보통이다. 예전에는 컴퓨터 교육을 받을 때 휴식 없이 1시간 이상 컴퓨터를 계속 사용하지 말라는 교육도 같이 받았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화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카메라 역시 그 해상도가 나날이 발전하여 이제는 적절한 조도 여건만 갖추어지면 고가의 카메라 못지 않은 사진을 내놓기도 한다. 점차 픽셀을 경험할 환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미지를 확대하는 정도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특히나 개발자들을 제외한 사용자들이 시스템 표준이나 그 구조에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애플 Apple 의 제품군은 더욱 그러하다. 아이폰 iPhone 을 사용하고 있으면 아이폰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어느 정도 이상 확대해서 볼 수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높아진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확대 가능성이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된 시스템에서 이미지가 픽셀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니,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4색 CGA 화면 전체에 채우는 이미지를 구현해본다면 이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CGA의 경우 4색을 사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화면 해상도는 320x200에 불과하다. 지금은 20만원도 안되는 모니터를 사용해도 1366 x 768 이상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으며, 흔히 HD라고 하면 1920 x 1080 해상도가 나온다. 애플의 맥북에 사용된지 이미 여러해가 지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경우 15인치 맥북을 기준으로 보면 2880x1800 해상도를 넘어선 것이 벌써 8년이나 지났다.

CGA 4 color 320x200 으로 구현한 강화도 성공회 성당 이미지

비트맵 폰트, 트루타입 폰트를 구분하기 이전 8x8 픽셀에 불과한 공간에 글자를 구현해야 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앞서서 적어두었던 것처럼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이 눈에 무리를 주었던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모니터의 주파수, 곡률 등과 더불어 핵심적으로는 이 해상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일반화 된 디스플레이들은 글자를 오랜 시간 읽고 있어도 예전처럼 눈이 피로하지 않다. 최근에도 RGB 컨넥터를 이용해 모니터를 연결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꽤나 선명한 글자들로 인해 눈의 피로감은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덜하다.



픽셀아트의 등장은 이제 더 이상 픽셀 인지를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픽셀아트와 같은 유행이 시작된 것은 그만큼 디스플레이가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더 이상 화면에서 픽셀이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불편한 19세기 후반 복장이나, 과거의 복식을 즐기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이제는 컴퓨터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19세기 불편한 복식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권력의 상징이던 시대의 산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말하는 '신사복 정장'이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말을 타고 전쟁을 이끌어야 했던 상황과 산업혁명 이후 노동과 관리자의 권력 관계가 바뀐 시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선택한다.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무직 종사자들이 출근시 움직이기 불편한 정장을 일종의 '예의'로 생각하는 것의 뿌리는 바로 이러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00 ppi가 넘으면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픽셀을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서 애플이 #레티나 #retina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을 붙여 아이폰을 출시한 것이 2010년, 벌써 10년전의 이야기다. 40인치 TV의 경우 4K가 110 ppi가 될텐데, 40인치 TV를 코앞에 대고 보는 사람은 없으니 이 경우 화면대비 거리의 기준을 고려하면 된다. 현재 필드의 동영상 녹화 장비들은 8K를 기준으로 가고 있다. 15인치 맥북 프로의 화면을 기준으로 하면 220 ppi가 된다. 6인치가 안되는 화면을 보는 거리에 두면 15인치 화면은 시야를 벗어난다. 15인치 화면을 보는 거리에 40인치를 두어도 마찬가지다. 과거 빔 프로젝터와 함께 사용되는 헤어라인이 들어간 고휘도 스크린의 헤어라인이 문제가 되어 사용하지 않은 회사들이 있었지만 이런 경우 질문은 간단하다. 빔 프로젝션 화면을 누가 헤어라인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에서 보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많은 교회나 강당들이 헤어라인이 들어간 고휘도 스크린을 구매했다.


9개의 CGA Displays - 후쿠오카 三日惠比須神社 Mikka Ebisu Shrine


간략한 디지털 이미지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DIGITAL IMAGE


앨런 튜링 Alan Mathison Turing 컴퓨터 과학의 선구적 업적으로 전시 적국의 암호 해독을 성공시킨 이후 컴퓨터 개발에 몰입했던 영국, 미국, 독일이 오늘날 컴퓨터의 원형을 개발했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있는 생각인데, 어떠한 시기를 특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사실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다. 사진만 하더라도 어느 작업이 최초의 사진이냐를 특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임을 알 수 있는데, '최초'라는 수식어에는 다양한 사회적 합의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20세기 초반 독일은 소위 '연합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이 때문에 독일의 콘라드 추제가 개발한 것과 미국 벨 연구소가 개발한 것 중 어느 것이 전기를 사용하는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 불분명하다. 당시에는 군사기밀이라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에서의 업적을 기준으로 1944년 IBM과 하버드 대학이 공동 개발한 마크-1을 컴퓨터의 조상으로 단순화 시켜보자.


에니악(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 ENIAC = 전자식 숫자 적분 및 계산기)은 1943년에서 3년에 걸쳐서 1946년 2월 14일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개발한 컴퓨터다.


아폴로 11호에서 달 착륙을 유도하는 데 쓰인 컴퓨터는 당시 IBM이 개발한 시스템 360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클럭 스피드는 1.024 Mhz 였다. 메인메모리 4㎅, 스토리지는 72㎅였다. 아폴로 11호에는 유도 컴퓨터 2대와 발사체 발사용 컴퓨터, 탈출 유도 시스템 등 총 4대의 컴퓨터가 쓰였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내 책상 위에 있고, 평소에는 주머니나 자동차 거치대에 수시로 들어가고 놓이는 아이폰X의 경우 Apple A11 Bionic 칩이 들어간 컴퓨터다. 듀얼 2.4 GHz 쿼드 1.6 GHz 클럭수, 3기가 메모리와 256기가 스토리지가 들어있다. 약 반세기 만에 일어난 일이다. 나사의 컴퓨터로 건물을 만든 것보다도 강력한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수시로 열어보는 상황이 도래라는 것이 말이다.


나이젤 섀드볼드 Nigel Shadbolt 는 이 발전 속도를 자동차에 그대로 대입하면 이렇다고 한다. 1968년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480km 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 기술은 현재 같은 상황에서 160억 km 를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공학, 나노테크놀로지 등의 발전과 별개로 다른 분야에서는 이러한 발전 속도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달에 착륙한 컴퓨터의 수 십 만 배 강력한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만, 여전히 우리의 로켓 기술로는 사람을 화성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어떠한 '모종의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어떨까?

현재 전세계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밀화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밀도 의존적 질병 density-dependent diseases 이다. 유전적으로 유사한 개체들이 높은 밀도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제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참호, 동원해제, 병력 수송 등은 1918년 인플루엔자, 흔히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질병 유행의 조건이 된다. 과밀 장소와 인구 밀집 활동 이후에 질병이 유행한다는 사실은 오랜 옛날부터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인류에 적응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의 상당수는 지난 5000년 동안 등장했다고 본다.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상황을 인류가 극복하기 어려워졌을 때 우리가 인구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화성 거주 구역을 개척하고, 달 기지를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태양계 밖의 거주 가능한 행성을 찾는 것보다 인간을 일종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살도록 강제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을 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의 실현이 인류가 태양계 전체를 개척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성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번외 에피소드들에서 매트릭스는 기계가 인간을 동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그렇게 구축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매트릭스 The Matrix 는 어쩌면 밀도 의존적 질병에 의한 인류의 멸종으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한 기계들의 해결방안 the solution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을 통해 우주의 시뮬레이션을 상상하다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은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을 각변이 플랑크 길이인 사각형으로 분할해서 엔트로피가 이 지평선을 덮는데 필요한 사각형의 수와 같음을 증명했다. 좀 도약일 수 있지만, 이 말은 우주가 디지털 digital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좀 껄끄럽다면 과학자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인 '불연속적'이라는 표현을 선택해보자.


브라이언 그린의 저서 <멀티 유니버스>에 보면 "우리의 우주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떠올린 사람은 1960년대 컴퓨터 선구자 콘라드 추제(Konrad Zuse)와 디지털의 대가로 통하는 에드워드 프레드킨(Edward Fredkin)이었다"고 적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를 딱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통제된 전력은 매우 인공적임에는 틀림 없지만 전력 자체는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실질적인 현상들을 연구에 포함하는 천체 물리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중 우주나 시뮬레이션 우주 같은 이론들은 수학적 모델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수학적으로 성립은 가능하나 그것이 경험 가능한 소위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사실 입장을 하나 취해보라고 한다면 나 역시 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을 경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학적으로 가능하다면 언젠가 입증될 가능성을 완전히 묻어두지는 않아야 하겠지만 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경험 가능하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우주의 해상도 The Resolution of the Universe


상황을 단순화 시켜서 한 변이 플랑크 길이를 갖는 사각형을 한 개의 픽셀 1 pixel 로 보면 '우주의 해상도 The Resolution of the Universe'가 나온다. 이 길이는 너무 짧아서 변화량이 연속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아시모프 I. Asimov 의 소설 <The Last Question> 같은 시나리오를 대입해보면, 전기가 들어와 하나의 픽셀이 '뿅~'하고 등장하는 것을 우주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판데믹 같은 상황, 사실 인류가 늘상 처해왔으나 한 몇 십 년 잊고 살았던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이 만든 스트레스, 패닉 상태가 오래가다보면, 가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삶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고도화된 디스플레이 장비에 의존해 감각 기관을 기계와 연결하고, 그렇게 한 천 년 정도 간다면 마치 우주 자체가 원래 그러했던 것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까?


다시 상황을 단순화 시켜서 빅뱅 Big Bang을 컴퓨터에 전원이 들어온 20세기 초중반의 어느 시점이라고 상정해보자. 빅뱅 이후에 가시적으로 무엇인가가 보일 수 있는 시점까지의 시간이 있다. 시간의 흐름이라던가, 공간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생성될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이 있다. 초기 우주가 가진 10만분의 1이라는 불규칙성이 오늘날 은하들의 기원이라는 연구도 존재한다. 나는 1981년 CGA를 기준으로 잡고 시나리오를 써보기로 했다. 컴퓨터 그래픽스가 가능해진 시점이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우주의 출발시점 같은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컴퓨터에 최초의 전기가 들어간 시점을 빅뱅으로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스가 가능해진 시점을 뭔가 '유효한 시공간이 시작된 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것저것 소위 '물질'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만들어진다는 상상이다. 640x200 해상도의 단색 그래픽 카드에서 우주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된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이 상상 속에서 CGA의 해상도는 최초의 시공간인 셈이다.


NHK 방송기술연구소가 개발을 진행해 8K UHD TV가 세간에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 2018년이다. CGA를 원년으로 대략 잡아보면 37년이 걸렸다. 37년 동안 해상도가 500배 이상 높아졌다. 단순히 이 속도로 보면 현실과 디지털 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시점까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16개의 CGA 디스플레이 - 일본 후쿠오카의 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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