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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감각적 창작론 — 시각경험은 음악적으로 표현될 수 있나

  • 작성자 사진: Bhang, Youngmoon
    Bhang, Youngmoon
  • 2월 20일
  • 2분 분량
“시각예술은 음악으로 전환되는가, 아니면 음악을 통해 새로운 구조로 창발하는가?”

예술에서 시각과 청각의 결합은 오랫동안 '공감각'이라는 층위에서 다루어져 왔으나, 단순한 주관적 인상을 넘어선 물리적 구조의 전이와 재구성의 관점에서의 접근은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나에게 이 고민은 최근 대칭, 매핑의 비선형성, 엔트로피라는 키워드들로 정리되고 있다.


  • 변환은 필연적으로 정보 손실을 동반한다.

  • 손실은 열처럼 확산된다.

  • 남은 구조는 운동으로 응축된다.

  • 그 결과는 번역이 아니라 창발이다.


대칭을 주로 평면적 조형의 균형이나 정적인 대응으로 다루어 왔다면, 현대적 관점에서의 대칭은 변환(transformation) 과정에서도 계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불변성(invariance)'으로 재정의된다. 매핑은 대칭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대칭은 다차원적이다.

감각 고유의 차원적 제약과 위상적 차이로 인해 이러한 매핑 과정은 결코 선형적인 1:1 대응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시각적 인지 체계는 공간의 2차원 혹은 3차원적 구성을 동시적으로 포착하는 반면, 청각적 인지 체계는 시간이라는 비가역적이고 선형적인 단일 축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시각 예술의 음악화는 투영(projection) 및 재부호화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투영은 오히려 대상의 핵심적인 위상 정보를 추출하고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는 창조적 여과 과정으로 기능한다. 투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중첩과 생략은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작가의 해석이 개입하여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생성하는 결정적 기제로 작동한다는게 요지다. 이때 미시적 구별들은 평균화되어 더 넓은 통계적 상태로 이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각적 세부 요소가 음악적 분위기나 질감으로 융합되는 현상은 개별적 정보가 거시적인 정서적 기류로 전이되는 비가역적 창작의 필연적 조건이다. 따라서 변환 과정에서의 '손실'은 실패한 번역의 증거가 아니라, 작품에 물리적 생동감과 시간적 비가역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무질서가 아니라, 미시적 구별이 거시적 상태로 평균화되는 과정이다. 전문용어로 “퉁친다”라고 한다. 이렇게 퉁치면 시각적 세부가 음악적 질감으로 융합되는 현상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통계적 재조직화가 될 수 있다.


다차원적 대칭 구조를 전제로 한 매핑은 총체적 재구성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예술적 변환은 '재현'에서 '창발'로 그 무게중심을 이동시킨다. 그 결과물은 단순한 감각 간 번역을 초과하는 구조적 사건(structural event)이 된다. 이는 시각경험의 음악화 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적 표현들의 토대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각예술은 음악으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청각적 형식을 매개로 하여 기존의 차원에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존재 방식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창발의 지점에서 작가는 설계자를 넘어 흐름을 조율하는 매개자가 되며, 경계가 붕괴되는 지점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실재를 조우하게 된다.



즉흥연주가 노트들을 "벡터"로, 방향, 움직임에 관해서는 "최소 경로 선택"이라는 개념을 통해 모델링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날이 있다. 최소 경로라고는 해도 3차원 공간 속에서 다닥다닥 옆에서 옆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공간이 접혀있거나, 양자 얽힘처럼 시공간을 무시하고 보존법칙을 유지시키는 경우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공간인지가 아주 편협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다. 공간도 훨씬 다층적이라면 어떨까? 비선형적으로 이것저것을 가정해보면 일종의 목적론적 세계관을 탈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승전결(起承轉結), 기경결해(起景結解) 같은 형태가 아닌 시공간적 중심, 전역적 시간 기준의 단면을 탈피해 생물학적 한계를 돌파하는 시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기가 없어 중단되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스타게이트 유니버스‘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한다. 백 만 년전 란티안이 쏘아올린 우주선은 우주 초기 구조적 패턴을 갖는 미세한 신호를 근거로 심우주를 향해 항해한다. 그러면서 거점 확보를 위해 중간중간 ’스타게이트‘를 놓는다. 나는 이 여행의 이미지가 좋았다.


심우주를 향해 우주선을 쏘아올릴 자원은 내게 없지만, 다차원 공간의 상상을 비가역적 형태의 예술로 표현해보는 것을 통해 나름대로 심우주를 향해 가는 상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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