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ltra Zone>, 「The Blood & Tears」 by Steve Vai & 수리 수리 마하수리(修理 修理 摩訶修理)
- Bhang, Youngmoon

- 2025년 7월 31일
- 6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일 전
의식의 울트라 존: 스티브 바이 음악에 나타난 '산트 마트' 철학
스티브 바이(Steve Vai)의 음악 세계, 특히 90년대 이후 작품들은 단순한 기술적 탁월함을 넘어 깊은 영적/내적 탐구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중심에서 발견되는 것이 인도의 '산트 마트(Sant Mat)'다. '성인의 길'을 의미하는 산트 마트는 개인의 영혼이 내면의 빛과 소리를 통해 신과 합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체계적인 수행이다. 바이의 삶과 음악은 산트 마트의 핵심 교리와 수행법을 충실히 반영하며,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한다.산트 마트의 핵심은 개별 영혼(수랏)이 본래 신성한 존재의 일부이지만, 환상(마야)과 마음에 갇혀 카르마와 윤회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가르침에 있다. 이 순환에서 벗어나 해탈(목샤)을 얻는 것이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이는 살아있는 스승(사트구루)의 인도를 통해 가능하다. 스승은 제자를 내면의 신성한 소리의 흐름(샤브드)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한 중심 수행법은 '수랏 샤브드 요가'로, '심란'(신성한 이름의 반복), '디얀'(내면의 스승 형상에 집중), '바잔'(내면의 소리 듣기)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내면의 '제3의 눈'으로 주의를 집중시켜, 신성한 멜로디, 즉 샤브드를 듣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고대 인도의 다른 슈라마나 전통과 크게 변별력은 없다. 개념도 비슷하다.그런데, 스티브 바이가 '산트 마트'라는 구체적인 방식을 선택하고 심취한 이유는 자명하다. 주지하다시피, 인도의 소위 ‘영적 콘텐츠’에 심취한 영미권의 음악가는 많았다. 특히 오늘날에는 인도가 국가 브랜드 전략으로 종교나 수행 등을 내세우며 그러한 사례들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생활, 식습관 등을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는 물론, 인도식 이름을 받고 수행을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스티브 바이의 경우 ‘산트 마트’의 개념인 '샤브드(Shabd)'의 현현 즉, '형언할 수 없는 내면의 소리를 외부 세계로 번역하려는 시도'로 요약할 수 있다. 산트 마트의 핵심인 샤브드(Shabd, 신성한 소리의 흐름)가 말 그대로 ‘소리의 흐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그는 ‘Real Illusions’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3부작의 대작을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두 장은 발매가 되었고, 한 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2025년 7월 기준).
연작의 첫 번째 앨범 <Real Illusions: Reflections>는 사실상 산트 마트의 우주론과 구원론에 대한 거대한 음악적 비유이다. 이야기는 진리를 추구하는 주인공과 한 마을 사람들이 '반사하는 연못'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전생을 보며 자아의 환상(마야)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내면을 응시하는 명상 수행(디얀)에 대한 직접적인 은유이다. 2부의 제목인 <The Story of Light>에서 '빛'은 물리적인 빛이 아닌, 내면에서 체험하는 "신성한 빛, 영적인 빛"을 의미하며, 이는 수랏 샤브드 요가의 궁극적인 목표와 일치한다. "이 모든 것이 환상일지 모르나, 그것은 매우 실재하는 환상(REAL ILLUSION)이다"라는 표현은, 비록 궁극적으로는 허상이지만 그 안의 고통과 카르마는 실재한다는 산트 마트의 세계관을 적절히 요약한다.
스티브 바이에게 기타는 단순한 악기를 넘어, 내면의 영적 세계를 탐험하고 표현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적 여정은 기술적 과시에서 영적 깊이의 표현으로 진화했으며, 이는 산트 마트라는 체계적인 영적 철학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의 복잡하고 혁신적인 사운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신성한 소리, '샤브드'를 이 세상에 들리게 하려는 한 예술가의 치열한 구도의 과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The Ultra Zone>의 첫 곡 「The Blood & Tears」

바이가 '울트라 존(The Ultra Zone)'이라 명명한 상태는 "생각은 없고 강렬한 자각만 있는" 마음의 상태로, 창조적 본능과 자유롭게 흐르는 최고의 명료함의 순간이다. 이는 산트 마트에서 샤브드를 인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명상을 통해 도달하는 고도로 집중된 마음 상태에 대한 그의 예술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랭크 자파 밴드 시절의 경험 또한 그의 영적 여정을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이었다. '스턴트 기타리스트'로 불릴 만큼 극도로 복잡하고 추상적인 음악을 소화해내며 그는 엄청난 집중력과 정신적 훈련을 쌓았다. "톤은 머릿속에 있다"는 자파의 가르침은 외적 장비보다 내면의 구상력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이는 내면의 소리를 탐구하는 산트 마트 수행을 위한 접점이다. 1999년은 20세기의 마지막 해로서, 전세계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신비감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대중문화 전반에 투영된 세기말적 정서 또한 그러한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스티브 바이는 이러한 시대 분위기 속에서 <The Ultra Zone>을 선보인다. 앨범 제목 ‘울트라 존(Ultra Zone)’은 얼핏 Sci-fi 的이지만, 동시에 어떤 내적 경지를 암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바이 본인은 ‘울트라 존’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순수 의식 상태의 마음의 공간”이라고 설명한 바 있는데, 이는 일종의 명상적 몰입 상태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울트라 존은 번뜩이는 영감이 떠오르고 창조성이 극대화되는 내면 영역으로서, 바이에게는 음악 창작의 원천인 동시에 내적 체험의 공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The Ultra Zone>의 오프닝 트랙 "The Blood & Tears"는 다양한 언어의 챈트로 시작하며 "피와 눈물의 강을 끝내달라"는 기도를 담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챈트’는 힌두교의 여신 락슈미를 찬양하는 기도의 일부로, 그녀는 세속적 풍요와 영적 해탈을 모두 부여하는 자비로운 힘의 화신이다. 이는 세상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신성한 힘을 기원하는 것으로, 최고의 존재를 '사랑과 자비의 대양'으로 보는 산트 마트의 개념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여러 언어의 가사와 메시지를 담은 보컬은 세계의 여러 종교 전통을 아우르는 가사 구조를 취하고 있다.
노래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1) 영어 가사로 된 자비의 기원(祈願), (2) 불교적 어휘의 등장, (3) 산스크리트어 힌두 만트라 순으로 전개된다.
제식의 구조로 보자면 개인적 탄원의 기도가 우주적 찬가로 승화되는 서사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인도의 제식이라는 관점에서 완전히 전통적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바이의 음악 미학적 표현이라고 본다면 충분히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슈타락슈미 스토트람(Ashtalakshmi Stotram)
스티브 바이의 음악에 등장하는 찬가는 그 뿌리가 '가자 락슈미(Gaja Lakṣmī, 코끼리를 대동한 락슈미)'에게 헌정된 문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힌두교의 최고 삼주신(Trimūrti)에게 경배받는다는 찬사가 락슈미에게 바쳐진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그녀의 지고함에 대한 선언으로, 그녀는 창조신(브라흐마), 보존신(비슈누/하리), 파괴신(시바/하라)의 숭배를 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능은 세속적 권위를 부여하고 모든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힘과 직결되며, 따라서 '피와 눈물'로 상징되는 고통의 종식을 기원하기에 가장 완벽한 신격이 되는 것이다.<The Ultra Zone>의 첫 곡 「The Blood & Tears」 는 영어로 나즈막히 기도하며 시작한다.
“Let the might of your compassion arise to bring a quick end to the flowing stream of the blood and tears…” 당신의 자비의 힘을 일으켜, 흐르는 피와 눈물의 강을 속히 끝내주소서…
이어서 인도네시아어가 속삭이는데, 그 내용은 “Dan perasaanmu yang kau curahkan padaku”라는 구절로, 영어로 번역하면 “and your feelings that you’ve expressed to me (그리고 그대가 내게 털어놓은 당신의 감정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는 영어 가사의 정서를 다른 언어로 한 번 더 환기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곡이 진행되며 가사는 불교적 이미지들을 언급한다. “Buddha of compassion (자비의 붓다)”라는 구절이 반복되고 “Our most cherished and long-felt desire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오래된 염원)”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고뇌에 찬 진실의 말(anguished words of truth)”에 귀기울여 달라는 요청과 함께, 노래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인류 전체의 구원을 기원하는 차원으로 점점 고양된다.
“Harihara brahmaadibhiḥ sevitāṁ” (하리하라 브라흐마아디비히 세비타암) x2
이 내용은 힌두교의 여신 락슈미(Lakshmi)를 찬송하는 기원문이다. 이 만트라는 온 우주의 신들이 숭배하는 최고의 여신, 락슈미를 찬탄하고 있는 것이다. 락슈미는 힌두교에서 부(富)와 번영, 자비를 관장하는 신으로서, 고통의 “피와 눈물”을 끝낼 수 있는 최고 차원의 자비와 풍요의 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The Blood & Tears」는 서구 록 음악 문법 안에 이국적 선율감, 인도 만트라의 선율을 융합한 실험적인 앨범 오프너였다 .
수리 수리 마하수리 修理 修理 摩訶修理
갑자기 왜 이 문장이 등장하는가? 우리가 흔히 “수리 수리 마하수리(마수리)”라고 중얼거리며 마술적 퍼포먼스를 하는 습관은 <천수경>에 등장하는 이 문장 때문이다. 정확하게 그 의미나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이 문장의 용도를 알지 못하기에 비롯된 행동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해력’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실 그것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세대 그리고 누구라도 언어에 대한 깊이가 부족하면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임을 새길 필요도 있다.
'수리(Suri)'가 산스크리트어 'श्री(Śrī)'의 직접적인 음성학적 영향을 받은 표현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산스크리트어의 자음군 'śr' [ɕriː]은 고대 및 중세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여과되고 단순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 과정은 'Śrī'가 한자로 음차된 중세 중국어를 매개로 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한자의 한국식 독음이 '수리'로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r' 음이 탈락하고 치찰음 'ś'가 변형되는 것과 같은 단순화 과정은 언어 간 차용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부 자료에서는 '수리'가 '수디(sudhi)'에서 유래했다는 해석도 제시되지만, 이는 민간 어원설이거나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한 병행 전승일 가능성이 높다. '길상'이라는 의미, "sri sri maha sri..."와 같은 보편적인 음역 형태, 그리고 락슈미(Lakṣmī)와의 직접적인 신학적 연결성 등 압도적인 증거들은 'Śrī'가 그 핵심 기원임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그러니 “Harihara brahmaadibhiḥ sevitāṁ”과 “수리 수리 마하수리”는 같은 신에게 바쳐지는 찬가다."Please hear my anguished words of truth(저의 고뇌에 찬 진실의 말을 들어주소서)"와 "a quick end... To the flowing stream of the blood and tears(피와 눈물의 흐르는 강물을... 속히 끝내주소서)"는 이 곡의 정서가 깊은 고통과 절박한 희망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명확히 한다. 스티브 바이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가 영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피상적인 장식이나 단지 ‘쿨’해 보인다는 의미가 아님을, 그것은 그가 모호한 어떤 것이 아닌 그의 미학적 토대를 ‘산트 마트’로 특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분명 록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곡에 실제 산스크리트어 만트라를 녹음하여 넣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데, 바이 본인은 “인도 전통 음악의 음계와 음색에는 영성의 분위기가 어려 있다. 나는 여러 문화의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걸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는 정말로 자신의 음악에 동서양의 벽을 허무는 융합을 시도한다. 요컨대, 「The Blood & Tears」는 스티브 바이의 복합적 정체성이 하나의 작품에 응축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이 곡이 시작되는 순간 “매우 색다른 앨범의 서막”이 열리며, 바이의 세계음악과 인도 신화에 대한 탐구가 우리를 새로운 소리의 공간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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