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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다 Be Seen - 토마스 제퍼슨 Thomas Jefferson 기념관



사진은 보이는 것을 한차례 그대로 옮겨온다. 기술한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정해진 프레임 속으로 하나의 장면이 들어오지만 회화의 그것처럼 각각의 요소들을 표현하는 코드 code 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편으로 사진과 회화의 절대적이고 완전한 분리는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편이다. 서로가 어느 정도 서로의 요소를 포함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존 사코우스키 John Szarkowski ,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 그리고 존 버거 John Berger 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들이 있지만 나는 이들이 살았던 시기가 아직 사진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시대라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그들의 시대에서는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강조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손택 Susan Sontag 의 주장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도 선호하는 셋업과 방식이 있다. 사진은 처음부터 특정한 부분을 보정하는 기술이 있었다. 19세기 말의 사진들은 회화의 구도를 구현하기 위해 수고스러운 합성과 조정을 거치는 작업들이었다.

작년 여름(2016년 7월 말),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음악그룹 세움 SE:UM 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주요한 일정들이 마무리 되었고 귀국 전 남은 2, 3일 가량을 미국 워싱턴 D.C. 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2016년 미국의 여름은 이상할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다고 한다. 2017년 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열흘 가량을 보냈는데 당시 3, 4일은 비가 내렸다. 1년 내내 대여섯 번 정도 밖에 비가 내리지 않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그렇게 짧은 기간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보이는 것

모든 시각 예술이 그러하듯, 건축에도 코드가 있다.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 위치한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역시 마찬가지다. 제퍼슨 기념관에 대한 사진은 거의 대부분 상단의 돔 dome 을 넣는 방식으로 촬영된다. 돔 구조물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중국의 건축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거대한 석조 구조물 상단에 강조되는 돔은 장엄함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건축가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의 모습에서 돔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나에게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원칙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제퍼슨 기념관을 제대로 보기 위한 거리에 다가섰을 때, 나의 눈높이에서 제퍼슨 기념관의 돔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시점인 것이다.

흔히 사진을 촬영할 때 대상물의 '특징'을 살핀다고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보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보는 방법에 따라 그것이 가장 사진적이고 또한 예술적으로 표현될 가능성도 있다.


<야스몰 Yas Mall - 아부다비 Abu Dhabi, UAE>

건물, 구조물 그리고 공간

어찌하다보니 각국을 다니며 다양한 건물을 볼 기회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 건축물을 촬영하는 행동은 어떠한 과장되고 멋드러진 사진을 만들기 위한 행위와는 거리가 있다. 나는 대부분의 건축물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좋아한다. 단순히 안드레아 거스키 Andreas Gursky 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아하게 수면 위를 노니는 백조의 물장구질의 경박스러움 같은 것을 담아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무미건조하게 표현되는 현대 사진들을 가리켜 평단은 종종 징후 symptom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편견을 갖지 않더라도 이 표현은 사실 긍정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표현이다. 어찌보면 인류 역사의 정점인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 삶의 실체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는 현실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도시와 건축물은 인류문명의 근간을 이룬다. 설계는 문화의 특징들과 더불어 실용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러한 시도들이 때로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낸다. 오늘날에는 본질적으로 비참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실체를 외면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여행을 선택하고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말이다.

반감 antipathy

나는 이러한 생각들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내가 방문한 지역들을 매우 무미건조하게 담아 놓는 경우가 자주 있다. 부르즈 할리파 Barj Khalifa 를 왜곡없이 촬영해 프레임 안에 집어 넣으니 건물이 웅장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이 작아보인다. 내 눈에 보이지 않던 제퍼슨 기념관의 돔 dome 이 보이는 시점을 굳이 찾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본질을 외면하는 것으로 즐겁게 사는 것을 선택한다면 폐쇄회로를 형성하듯 답답한 느낌은 다시 반복되도록 되어 있다. 사람들은 사진을 통한 시각적 경험을 매우 즐거워한다. 낯선 곳을 생생한 시각정보로 접한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이 사진들이 매우 '냉소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발견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사람들은 예술은 뭔가 '열정적'이고 '뜨거워야 한다'고 우기는 것 같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보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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