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를 우리의 두개골 속 뇌와 동일시하려는 욕망을 부추기는 것은 부담 벗기의 환상만이 아니다. 현재의 세계상에서 그 욕망의 발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불멸과 불가침을 향한 바람이다. 인터넷은 불멸의 플랫폼으로 묘사된다. 언젠가 인간의 몸으로부터 분리된 자신의 정신을 인터넷에 업로드하여 정보 유령으로서 무한한 이진수 공간을 영원히 누빌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제기된다.
인간 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조금 더 냉철하게, 뇌에 관한 지식의 향상을 통해 의학적 진보를 이루기를 바란다.
<나는 뇌가 아니다 - 마르쿠스 가브리엘, 전대호(역) - 열린책들>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나는 뇌가 아니다>를 통한 주장은 나에게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몸의 혈류를 조정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왔다. 이것은 현상을 통해 쉽게 관찰되는데, 3분 동안 서있어도 다리가 벌게지지 않지만 3분 동안 물구나무를 서게되면(이조차도 쉽지 않지만) 얼굴은 금방 벌게진다.
어떤 관찰의 결과들은 뇌가 몸과 분리된 대상임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뒷받침 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혈액검사를 통해 몸의 이상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 신체가 화학적으로 깊은 상호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의 경우는 이 관계의 끈이 두껍지 않은 셈이다. 이는 인간의 뇌를 몸에서 분리해 별도의 용기에 보관해 살려둔다면 그 사람을 계속해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는 논리적 결과의 도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생각은 많은 SF 시리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몸에서 가장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고, 열량의 20% 이상을 소비한다. 질량적 측면에서 뇌가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 정도다. 화학적으로 가장 분리되어 있으면서 가장 많은 산소를 소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체외와 소통하는 신체이고, 이를 위해 몸의 가장 중요한 기능에 의존한다.
뇌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적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그 생각의 기본을 불멸과 불가침에 두게 되면 분명 성급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불멸에 대한 욕망이 결국 인간 자신을 가장 비인간적 존재로 보도록 부추긴다.
자신의 실존적 한계에 어떤 초월적 본질이 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은 것은
언어체계의 문제와 불멸에 대한 욕망이 만난 결과라 여겨진다.
나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질문을 위한 초석의 하나로 이것을 놓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