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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hang, Youngmoon

2023.01.11 - 02.01 / 사진작가 방영문 개인전 <凝視, 空의 感覺> -온라인 도슨트 #11


갤리러 시소 CISO 전시공간에서는 24분 비디오 클립으로 되어 있는 동영상을 보시게 됩니다.

동영상은 몇 개의 주요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동영상에 관해 소개해드립니다.



 

VIDEO CLIPS


<결단 resolution>


라틴어원을 가진 이 단어는 14세기경 중세 영어에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끈을 풀다"의 의미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영어의 우리말 번역은 "결의, 결단"과 같은 표현이 사용되어 오히려 매우 단단하고 팽팽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풀어둔다"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 볼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실상은 구체(sphere)를 바라보고 있지만, 직선으로 보이는 '지평선/수평선'은 우리의 시점에서 일어나는 인식입니다.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현시되는 것들의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아주 다른 관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방법론<응시(凝視), 공(空)의 감각(感覺)>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오감에 의한 관측은 우리의 실존적 상황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갖는 거의 모든 문제의 근간입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그런 의문들에서 여정이 시작됩니다.


서해 5도 지역에서 민간에 전해지는 민요와 소리들을 채집하던 <인천, 리와인드&리버스> 프로젝트 가운데 최성화 님의 <타박타령>을 샘플링하여 이미지의 분위기에 맞게 템포 등을 조정했습니다.




<카르마 해체하기 Deconstruction KARMA>


동아시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카르마(業, Karma)를 우리 문화적 환경에 맞추어 적절한 개념으로 해석해보면 저는 '살풀이' 혹은 '굿'이라는 표현을 선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대 인도아리안 전통에서 '카르마'란 사제가 후원을 받고 의뢰인을 위해 제사를 지내주는 과정에서 '사제가 구체적으로 하는 행위들'을 가리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시에는 "열반의 역설계"라는 무지막지한 수식어를 붙였지만 '카르마'와 '아트만'의 개념사적, 역사어원적 생성 과정만 이해하면 풀려야 할 것들은 다 풀립니다.


때문에 저는 "어찌 뒷마당 장독대가 신줏단지가 되었는가?"라는 말로 질문을 정리하였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반으로 향하는 배'는 나의 깨달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나, 사회적으로 매우 다른 입장에 처하는 고대 인도의 수행자 입장이 아닌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과 사회를 거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먼 옛날 인도 북부에 살았던 붓다 Buddha 는 오늘날의 진화인류학이나 신경과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시대를 살면서 자기관찰과 메타인지적 사고만을 통해 21세기에서 오히려 '현대적인' 결론을 성취했다는 점입니다.


"열반의 역설계"라는 말은 당시의 관점으로 돌아가보는 역사적, 문화적 번역의 과정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갖게 된 다른 수많은 도구들을 동원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사용자 환각 U illusion>


철학자 대니얼 데넷(Daniel C. Dennett)은 아주 재미있는 비유를 사용합니다. 인간의 의식이란 전기 신호와 로직보드, 실리콘 등으로 이루어진 전자기기 등에서 OS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사물들이 하나의 통합된 운영이 되는 것, 그렇게 OS가 제공하는 다양한 사용환경이 비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사용자 환각이라는 표현은 우리의 의식 혹은 정신으로 표현되는 현상이 존재론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조합들, 상호작용과 다채로운 콤비네이션의 저변은 우리가 경험하는 엄청나게 복잡한 현실태와 또 다른 층위를 보여주고, 역으로도 그러합니다. 즉, 우리가 의식하고 경험하는 세계는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현상과는 또 다른 층위의 현상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불교의 초기경전 <니까야>들에서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여 "일체는 12입처(入處)"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인간의 인식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현상계 전체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교를 우주론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것은 고대인도인들의 일원론적 사고방식이나 우리의 성리학적 유교전통에서 자주 일어나는 해석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존재론적'으로 사유하게 되는 인간 언어의 격리성향의 특징에 따라 또 다시 사유의 구조물을 구축하는 오류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매우 세분화된 관측 - 이론 상보적 관계에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결론을 '추출'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의 인식, 의식을 일으키는 근간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음을, 때로는 그러한 것들이 매우 '거슬리기도 한다'는 점을 이미지와 소리로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불수의적 반응 involuntary reaction>


제가 '불교'를 작업을 위한 주된 '생각의 틀'로 정하기로 한 것은 이것이 우리 자신을 관조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오늘날의 진화인류학(evolutionary anthropology) 접근들을 통해 그러한 방식이 얼마나 유효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소위 상의하달적 top down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합니다. 나의 의식이, 나의 자아가, 나의 정신이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일관된 나의 의식이 중심에서 결정을 내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 결정들 하나하나는 우리의 수많은 지각들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며 지금도 형성되어 가는 중입니다. 나의 자아가, 나의 정신이, 나의 의식이 세상을 해석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라고 믿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세상과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해서 형성되는 과정을 편의상 '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나의 감각은 나의 통제에 놓이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것 자체만으로 이것이 나의 몸인가, 나의 감각인가, 자유의지는 있는가, 나는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문제의 중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러한 배타적인 경향을 두고 대상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혹은 저렇게 혹은 또 다르게, 다양하게 반응하는 수많은 인터액션들은 어떤 것을 시작으로 어떤 것을 끝으로 정의하는 순간 왜곡된 인식을 낳게 됩니다. 이것은 또한 관념적인 것들을 현실과 혼동하는 우리의 가장 흔한 실수이기도 합니다.


이 동영상 <불수의적 반응 involuntary reaction>은 시각적 표현 그리고 음향을 통해 조금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통해 우리의 감관과 상의하향적 관점 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위한 작업입니다.



<응시 immersive thinking>

주의 깊게 바라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독특한 경험을 줍니다. 우리의 몸은 '생물'로서의 관성으로 가득합니다. 우리의 주의집중시간, 다양한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과 대응,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수많은 잡념들 모든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이고 '인류'라는 종(種, species)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기능들, 능력들에서 비롯됩니다.


<응시 contemplative contemplation>는 우리의 감각 가운데

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시각'에 호소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작업이었습니다.


정현파(sine wave)를 이용한 매우 단순한 패턴과

일부 반향은 어떠한 생각에 몰입할 때

내가 처하는 상태들을 음향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들입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할 때도 우리의 시각과 매우 다른 특징을 보여주며 일종의 시각적 무의식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기계적 시각(機械的 視覺)'을 조금 달리 해보면 <응시 contemplative contemplation>를 구성하는 사진들은 우리에게 움직임으로 인식되는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면 그 움직임이 사라진다는 관점을 취합니다.


계속해서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보고,

멀리 놓고 보았다가,

가까이 가져가서 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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