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세계 최초로 35mm 규격 AF 장비 실용화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은 소니에 매각되었다. 미놀타 이야기다. 카메라 바디에 손떨림 방지와 노출계 내장 관련된 특허를 비롯해 무지막지한 기술로 무장했음에도 잘 안된 모양이다. 미놀타 MD-Rokkor 28mm + 소니 알파 900 조합은 2015년에 자주 사용했던 조합이다. 이후에 A7용 35mm 렌즈를 추가하면서 이 조합은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소니 DSLR 에 맞을 수 있도록 마운트가 개조된 MD-Rokkor 를 계속해서 사용했던 이유는 비용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이후에 70400/4-5.6, 135/1.8 등의 렌즈를 추가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사용 중이다. 작년에는 소니 A7M3가 추가되면서 LA-EA4를 이용해 이 알파마운트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35mm 보다 넓은 화각의 광각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보니, 이후 28mm 를 사용하는 일도 없게 되었다.
어떠한 원칙이나 방식을 정해두고 어느 정도 이상의 시간을 쌓아가다보면 거기에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지난 몇 년 간의 사진자료들을 정리하다보니 당시에 찍어두고 사용하지 않았던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된다. 4년이 넘게 지나보니 또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당시 묻었던 28mm 렌즈로 촬영했던 사진들을 몇 장 골라 글을 적어본다.
주소역 十三駅 인근에 있는 소바, 우동 가게
2015년 5월 4일, 정말 딱 1년전이다. 2019년 현재 5월 5일이 일요일이 되면서 6일을 임시공휴일로 쉬고 있다. 그러니 목요일 하루에 연차를 쓰면 목, 금, 토, 일, 월을 쉴 수 있는 상황. 일본은 4월 말, 5월 초가 골덴위크 ゴールデンウィーク 로 헌법 기념일을 비롯, 지난 왕들의 생일 등이 겹쳐있다. 이 시기가 되면 오사카 타카츠키에서 타카츠키 재즈 스트리트라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2015년에는 이 일정으로 오사카에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휴일 잔치로 숙박, 항공료가 굉장히 비쌌던 기억이 있다. 저 가게에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함께 간 공연팀의 일정이 다 끝나고 그 다음날 새벽까지 이 인근에서 술을 함께 마신 기억이 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Edinburgh Festival
8월에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참가차 출국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에든버러로 향하는 여정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예술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Edinburgh Festival Fringe 에 초청된 그룹 세움 SE:UM 과 함께 약 보름 동안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당시 출장의 목적이었다. 최근 해외 출장 일정들이 매우 짧다보니 2015년 8월 에든버러에서 보낸 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미놀타 MD-Rokkor 28mm + 소니 알파 900 조합으로 촬영되었다. 루톤 플레이스 - 칼튼힐을 거쳐 뉴타운에서 올드타운으로 오는 동선을 걸으며 숙소가 있는 루톤 플레이스로 돌아가는 길이다.
사진스러운 사진
초과실재 hyperreal - 재미있게도 우리가 사진과 연관시키는 사진 같은 사진은 이미지에 ‘노이즈’가 첨가되어야 한다. 거친 필름 입자, 얼마간의 부드러움 또는 다양한 초점, 피사계 심도, 약간의 렌즈 반사 lens flare 등의 방식으로 '열화 degradation'를 의도해야 한다. 사실 미놀타 MD-Rokkor 28mm + 소니 알파 900 조합은 40년된 렌즈와 10년이 넘은 바디의 조합이다. 최신의 장비와 비교한다면 뭔가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부족함 insufficient 이 사진의 현실감을 강화한다.
왜 우리는 열화와 부족함이 나타나는 사진에서 편안함을 느낄까? “사진적 실재에 대한 우리의 지배적인 (아직은 아성이 유지되고 있는) 투자”와 아울러, 중심에 있는 인본주의적 주체를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문화적 공포다.(Kember 1998: 18) 이때 우리의 주체성에 대한 위협이 감지된다는 주장처럼, 현실과 다를 바 없이 강력하게 표현되는 '기록물', 원본의 의미가 상실되는 사본을 바라볼 때 느끼는 두려움, 걱정, 염려 때문일까? 아니면 선명하고 강화된 기록이 마치 X-선이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감춰진 사실을 들춰내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일까(“photomontage is a form of seeing reality with X rays. It is the only way to make the spectator see how absurd it is to get two levels of existence to coincide in the same space. This is what I call authentic realism." - Josep Renau)?
어찌되었든,
디지털 사진을 가야 할 길로 선택한 내게도 필름 사진, 오래된 장비가 만들어 내는 '편안한 느낌'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과거 어느 시점, 회상하기 크게 나쁘지 않은 기억들을 강화해주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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