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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riter's pictureBhang, Youngmoon

Time 매거진 커버 - 아이 그리고 Trump 대통령


생각 없이 웹 서핑을 하던 중 머리를 아주 시원하게 해주는 Time의 커버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이 커버 이미지는 소위 '디지털 시뮬라크르', '디지털 사진' 시대에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이미지임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


기사링크:

최근 미국의 '자녀격리 이민정책'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전했던 기사 가운데 수색을 받는 엄마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내게 있어서 - 이 표지가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미 전에 보았던 아이의 모습도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트럼프 美 대통령의 모습도 아니다. 이 두 사진을 이용해 존재한 적이 없는 사건 하나를 강력한 메시지로 만든 타임 매거진의 방법 때문이다.

기사의 원문을 보면 이 커버 이미지 밑에는 'TIME Photo-Illustration. Photographs by Getty Images'라는 캡션이 있다. 사진의 저작권은 게티 이미지 Getty Images 에 있는 사진'들'이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이용해 존재한 적 없는 하나의 사건을 구성했다. 커버 위에 한 문장 "Welcome to America"는 바탕의 붉은 색만큼이나 강렬하다.

사진은 초창기 현실세계의 복제물로 이해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다시 사진은 '메시지' 즉, 일종의 언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이르게 되면 사진은 현실세계를 비추지만 만들어지는 과정과 수용의 과정 모두 지표성을 띈다고 말한다. 사실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가 전체를 기술할 수 없고, 맥락 context 이라는 강력한 흐름을 무시한채 독립된 한장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고 이렇게 수용되어 온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접근과 수용은 디지털 사진의 시대를 맞이하며 '역전'까지 일어난다. 사진의 지표성이 대두된 까닭은 메카니즘은 가치중립적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다. 즉, 카메라는 세상을 복제할 의도도, 거울이 될 의도도 없다. 그렇지만 현실과 유사하며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이는 세상을 받아들여 고정시키는 것이 분명히 인식되기에 이를 놓고 '지표성'이라는 설명을 한 것인데, 디지털 사진은 반대로 강화된 현실을 보여준다.

빛을 수용해 디지털 이미지 센서는 이것을 이진수 코드로 바꿔 프로세싱 후 이미지 정보를 가득 담은 수십메가의 파일로 저장한다. 이제 카메라는 단순히 빛이 통과 될 수 있도록 여닫고 그것을 감광판 혹은 필름에 적절히 쪼이는 기계가 아니라 일종의 워크스테이션 workstation 이며 '카메라의 기능에 특화된 컴퓨터'가 되었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는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있고, Wi-Fi는 물론 블루투스나 NFC 같은 접속도 가능해졌다. 저장매체를 진단하고, 배터리의 잔량을 확인해 센서의 청소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디지털 파일은 이제 눈에 보이는 즉, 빛으로 반사된 세상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매체이다. 감광판, 필름은 축소된 현실과 같았다. 빛을 받아들이고 화학작용을 통해 반응하는 것, 그것은 현실 그 자체를 사진가의 선택에 의해 받아들였던 것이다. 반면, 디지털 사진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다른 매체다. 디지털 카메라는 AD/DA 컨버터를 장착한 연산장치이고, 저장장치이다. 저장에 사용되는 이미지 파일이 40메가 정도라면 4194만 3040글자로 된 HEX code 문장이다.

이제 논쟁의 중점은 그것이 '현실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적절한가?'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메시지를 통해 이 커버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현실'이 된다. 이 상황은 '현실' 속에서 일어난 적이 없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이 일어난 적 없는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어떤 미국인의 주장처럼 이 '자녀격리'라는 정책이 클린턴 정부가 만든 것이든, 오바바 정부가 만든 것이든 지금 현재 미국의 행정 책임자는 트럼프 정부임에는 틀림 없다. 나는 타임 매거진 커버의 외침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애초에 1, 2차 대전의 종군작가들의 보도사진에서 조차도 연출된 장면들이 존재했다. 디지털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추어 사진의 역할과 특성이 변해가는 것은 틀림 없고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사진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Andreas Gursky 의 주장처럼 핵심이 되는 질문은 "그것이 진실인 것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적절한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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