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hang, Youngmoon

2021 중국 '시상반나 국제 사진 페스티벌 Xishuangbanna Foto Festival 西双版纳国际影像展' 전시 소식 업데이트


Xishuangbanna Foto Festival 西双版纳国际影像展 소개영상


오는 2021년 12월 12일부터 12월 30일까지 중국 윈난성(雲南省)에서 열리는 시상반나 국제 사진 페스티벌(西双版纳国际影像展)에서

사진연작 '순야타 suññatā 空' 전시를 갖습니다. 이 전시는 개인전 형식으로 구성작품 20점 전체를 전시합니다. 이번에 큐레이터 추천(사진가 류은규 님)으로 전시를 하게 된 시상반나 국제 사진 페스티벌(Xishuangbana Foto Festival)은 참여 작가들이 출품하는 작품 30점 내외를 개인전 형식으로 전시하는 사진 페스티벌입니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 페스티벌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각종 변수와 중국 정부의 출입국 관련 지침으로 인해서 중국에 직접 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그래도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전시에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순야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空'이라는 말의 원어입니다.


굳이 '순야타'라는 빠알리어를 찾아 한글로 적은 까닭은 이 말을 표기하는 '空'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오해되고 있음은 물론 불필요한 무게가 실려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이를테면 사띠, 사마따 같이 원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아진 만큼 굳이 오해가 될 만한 번역어를 쓰지말고 저 발음을 우리말로 받아들이는게 좋겠다 싶었던 의도였습니다.


그 부분이 전달이 된 것인지 QQ에 운영 중인 시상반나 페스티벌 블로그에 '한글 표기'가 등장했습니다. 원래 국제 행사는 각국 언어의 병기가 고대부터 관례였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이 등장할 무렵에는 아시아 대륙의 주된 문명들의 문자 병기를 하고 있었다고 하죠.


한글 - 빠알리어 로마자 - 중문 표기가 모두 들어간 작품 <순야타 suññatā 空>입니다:

https://mp.weixin.qq.com/s/n-bJ1II3wNxOHM1Tdof8Cw





(제 사진은 맨 윗줄 가운데에 있습니다: 작가 소개 페이지 https://www.bhangyoungmoon.com/about)



시상반나에서 <순야타 suññatā 空> 설치작업이 마무리 되어감을 알게 된 당일에 즈음하여, 우연일지 필연일지 저는 <순야타 suññatā 空>의 나머지 부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나름 대작(大作) 구성을 염두하고 생각한 작품입니다. <순야타 suññatā 空>의 기본 구성은 '관념'을 시각화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과의 소통'을 이제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는 작업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순야타 suññatā 空> 연작 확장 작업


'찰나'는 고대의 시간 단위에서 왔습니다. 오늘날의 시간으로 1/75초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11분 7초의 노출 시간은 여기에 근거하는데, 11분 7초가 되면 5만 찰나를 아주 조금 넘어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표현은 저의 작업에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뇌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도를 하는 기관 organ 입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정보를 재구성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기억의 실상은 과거에 대한 정확한 기록정보가 아니라 과거의 자극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현재 인식과 미래 예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이러한 기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미래 예측과 정보 재조합을 통해 현재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만히 앉아 있으면 굉장히 많은 생각들이 무작위적으로 떠오릅니다. 만일 나에게 큰 근심거리 이슈가 있다면 그것과 관련한 수많은 생각들이 마치 머릿속을 덮어가듯 멈추지 않고 떠오릅니다.


사람의 뇌는 쉬는 동안 정보를 재조합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것이 어느 정도만 진행되어도 다시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생존을 극대화시켜준 능력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생각을 정돈하고 가만히 오랜 시간을 앉아 있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순야타 suññatā 空>의 나머지 다음 구성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11분 7초 동안 정말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연습을 하며 이 작업을 준비해왔다는 점이 현재 작업 중인 <순야타 suññatā 空>의 작품들과 관련한 핵심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을 위해서 저는 11분 7초 가량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자화상 self-portrait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11분 7초 동안 완전히 생각을 지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숨결을 정리하고 집중하고 있으면 '거의 모든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있었습니다.



개체는 존재를 위해 우주 전체를 필요로 한다

"It also requires the whole universe in order to be itself." - Alfred N. Whitehead

흔히 불교 명상으로 잘 알려진 9차 제정 가운데 무소유처 無所有處 는 표현은 '아무 것도 없음'이라는 빠알리어 ākiñcaññaṃ에서 왔습니다. 이 표현은 불교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는 <숫따니빠따> 가운데 '우빠씨바의 질문 경'에서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이것에 '영역 zone'이라는 표현의 ayatana 를 사용하면 9차 제정 속의 '무소유처 無所有處 akiñcaññayatana'라는 소위 '무색계 명상'과 동의어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요가 yoga'라는 말이 지금처럼 고유명사적으로 사용되기 이전 <베다>의 끝자락에서 4대와 의식 그리고 허공을 다루는 철학에서 등장했던 개념의 실천적 성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현현의 '브라흐만'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이 그들이 추구해 온 해탈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러한 우주와의 합일 같은 수행들이 인간이 성취해야 하는 것 그리고 우리 삶의 결론이 될 수 없음을 자각하여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11분 7초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보내는 작업을 하는 까닭은 어떤 무색계 증득 같은 명상의 '테크닉' 성취에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개체성을 가진 인간이 삶의 목적이나 어떠한 성취 속에 있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또한 어떠한 목적성, 무엇 하나 좋을 것이 없을 때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그 중점이 있습니다. 저라는 사람이 가만히 앉아 햇빛을 향해 떠오르던 태고의 생물의 감각처럼 가만히 앉아 숨만 쉬고 있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런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것 의미가 없어 보여도, 한 인간이 가만히 앉아 있기 위해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 sati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그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이 갖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의미는 그것들의 '있음'은 이 세상 모든 것과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순야타 suññatā 空>가 '비어있음'을 말하려 한다고 해서이것이 허무함을 향해 가는 작업은 아닙니다.

이것은 앎이 행복을 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길을 가는 예술활동이라고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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